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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서 어르신들 뭐하시나 봤더니…동호인만 50만 넘는다는 이 '운동'

[파크골프 전성시대]

파크골프협회원 20만 명 첫 돌파

야외 파크골프장도 500곳 육박

수도권·대도시 중심 동호인 느는데

상당수 구장 영남·비수도권에 위치

각 지자체 실내구장 앞다퉈 만들어

날씨 변수 적어 저변 확대도 기여

서울시는 구립 13곳·시립 4곳 운영

경기 연천군 연천파크골프장에서 동호인들이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 박창규 기자




전국적인 파크골프 열풍이 불면서 대한파크골프협회 회원 수가 20만 명을 돌파했다.

5일 협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전체 회원 수는 21만 492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18만 3788명)보다 17% 증가한 수치다. 국내 최대 규모의 파크골프 관련 단체인 대한파크골프협회 전체 회원이 20만 명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83년 일본에서 시작된 파크골프는 2000년 국내 전파 이후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보급되다가 2020년대에 들어서며 야외 활동 붐과 액티브 시니어 등장 등에 힘입어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협회 회원 수도 2020년 말 4만 5478명에서 팬데믹을 거치면서 4년여 새 5배 가까이 늘었다. 타 단체 소속으로 활동하거나 개인적으로 즐기는 이들까지 더하면 실제 동호인은 50만 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협회의 인증을 받은 야외 파크골프장도 지난해 말 411곳에서 7월 말 현재 490곳으로 늘었다. 부지를 구하기 어려운 도심에는 스크린파크골프장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시니어 중심이던 동호인 연령대도 차츰 중장년 등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홍석주 대한파크골프협회장은 “파크골프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사람들과 교류하며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최고의 생활 스포츠”라며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3대가 즐기는 가족 스포츠로 자리 잡는다면 조만간 동호인 수도 1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파크골프장에서 동호인들이 경기를 즐기고 있다. 박창규 기자


“파크골프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우리처럼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은 야외 구장에 가기가 쉽지 않아요. 하지만 요즘은 완전히 달라졌죠.”

서울 성북구에 사는 이인수(72) 씨는 남편과 함께 매일 집 근처에 생긴 ‘핫플레이스’를 찾는다. 바로 스크린 파크골프장이다. 이곳은 지난달 1일 성북구에 처음 들어선 구립 스크린 파크골프장으로 날씨와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파크골프를 즐길 수 있어 어르신과 재활이 필요한 장애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 씨는 “구장이 개장한다는 현수막을 보고 방문하기 시작했다”면서 “15년 전 사고로 남편이 다친 뒤로 한동안 야외 활동이 어려웠는데 파크골프가 삶에 활력을 주는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파크골프가 대한민국에 도입된 지 20여 년, 한때 일부 지역·계층만 즐기던 운동에서 이제는 누구나 손쉽게 배우고 참여할 수 있는 생활 스포츠로 성장하면서 동호인 수도 전국적으로 급증했다. 코로나19 시기 일반 골프 인구가 급증했듯 당시 마땅한 야외·사교 활동거리를 찾기 힘든 어르신들에게 파크골프가 최고의 운동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대한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2020년 말 4만 5478명에 불과했던 회원 수는 지난해 말 18만 3788명으로 4년 새 300% 증가했다. 올해 7월 기준으로는 20만 명을 돌파했다.



최근에는 파크골프 열기가 점차 북상하는 분위기다. 7월 말 기준 협회 등록 회원 현황을 보면 대구는 지난해 말 대비 3% 감소한 반면 대전(44%), 경기(43%), 서울(19%) 등은 전국 평균(17%)보다 증가율이 높았다. 파크골프 업계 관계자는 “파크골프 보급 초기에는 구장이 많이 생긴 영남 지역에서 동호인이 많이 늘었지만 최근에는 수도권이나 대도시를 중심으로 동호인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인프라다. 상당수 구장이 영남과 비수도권에 지어진 데 반해 수도권과 대도시에는 상대적으로 구장 수가 적다 보니 증가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지역이 늘고 있다. 전국 규모 대회를 열 수 있는 36홀 이상 구장도 대구에는 5곳이 있지만 서울에는 아직 단 한 곳도 없다. 땅값이 비싼 데다 넓은 공터 또한 많지 않아 새 구장 조성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자치구 협회 관계자는 “한 구장의 수용 가능 인원이 한정적이다 보니 일부 지역은 협회 차원에서 구장을 관리하면서 새로운 회원을 받지 못하는 일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스크린 파크골프장의 ‘부상’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집 근처 동주민센터·경로당 등에 조성돼 방문하기 편하고 눈·비·바람 등 궂은 날씨와 잔디 생육 기간에는 이용이 힘든 야외 구장을 대체하기에도 적당하다는 장점 덕분에 도심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날씨·시간 등의 제약이 적은 실내에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조성함으로써 어르신을 비롯한 시민들의 건강 복지 증진, 생활체육 문화 확산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게 시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스크린 구장 조성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오세훈 시장이 “야외 구장의 대안으로 스크린 구장 조성을 검토해보라”고 지시를 내린 뒤 스크린 구장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서울시에는 현재 13곳의 구립, 4곳의 시립 스크린 구장이 운영 중이다. 여기에 지하철 역사나 구민회관·복지센터·동주민센터 등 유휴 공간에도 스크린 구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민간 시설도 서울 시내에만 이미 수십 곳이 들어섰다. 충북 제천시, 대구 남구, 경남 하동군 등 지자체 역시 주민 복지 차원에서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성북정릉스크린파크골프장에서 경기를 즐기고 있는 시민들. 문예빈 기자


스크린 구장 증가는 동호인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파크골프는 협회에 가입해 회원들과 함께 즐기는 편이다. 연령대가 낮거나 협회 가입이 다소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스크린 구장이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매주 부모님과 함께 스크린 구장을 찾는다는 정민규(40) 씨는 “열심히 배워서 내년에는 부모님과 함께 필드에 나갈 생각”이라며 “초보자로서 감을 익히고 가족과 함께 취미 활동을 하기에도 스크린 구장이 제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스크린 구장의 안전에 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 또한 나온다. 스크린 구장 조성 작업에 여러 차례 참여한 구단희 프로릭 대표는 “어르신·장애인 등이 이용하는 공간이니 기획 초기부터 바닥 평탄도, 단차 없는 동선 등 ‘유니버설디자인’ 요소를 세심히 살펴야 한다”며 “환기, 화재 방지 등도 충분히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스크린 구장이 완전한 대안은 아닌 만큼 궁극적으로는 야외 구장 조성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영우 서울시파크골프협회장은 “지자체 스크린 구장도 예약 경쟁이 치열하고 실내 활동은 한계가 있다”며 “스크린 구장이 단기적 해법이라면 장기적으로는 야외 구장 증설 및 안정적인 운영이라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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