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법부가 국제 원조 예산을 원래대로 집행해야 한다는 하급심의 판결을 유지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은 “이달 말까지 해외 원조 예산을 집행하라”는 하급심의 가처분 명령에 대한 행정부의 긴급 개입 요청을 기각했다. 판사 3명으로 구성된 항소심 재판부는 항소 기간 동안 가처분 명령을 유예해달라는 이같은 행정부의 요구가 인용에 필요한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2대 1로 기각 결정했다.
기각 결정을 내린 코넬리아 필라드 판사와 플로런스 판사는 각각 오바마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저스틴 워커 판사는 반대 의견을 냈다. 법무부는 이를 수용하지 안혹 연방 대법원에 재항고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의 아미르 알리 판사는 3일 의회가 승인한 해외 원조 예산을 정부가 집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알리 판사는 “행정부는 예산을 집행할지 말지에 대해서는 재량권이 없다”며 “수십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연방 정부의 예산 집행 보류를 정당화할 수 있는 법률 해석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알리 판사는 의회가 승인한 해외 원조 예산을 의회 지출 승인 기한인 이달 말까지 집행하라는 가처분 명령도 함께 발행했다. 예산 편성권은 의회에 있으므로 행정부가 예산 편성 의도가 무색해질 정도로 집행액을 조절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해외 원조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국제개발처(USAID) 내 직책 2000개를 없애고 직원 대부분을 해고한 바 있다. 1961년 존 F.케네디 대통령 당시 개발도상국 원조 확대와 소련의 영향력 차단을 위해 설립된 USAID는 직원 수가 1만 명 이상이고 연간 예산이 428억 달러(약 60조 원)에 달했던 세계 최대 규모의 개발협력 기관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USAID가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에 앞장서고 중국 등과 결탁한 비정부기구(NGO)를 지원했다며 비판해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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