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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본 남녀 12명이 한 집에 산다고?"…살인 물가에 유럽서 유행하는 '이것'

사진=연합뉴스




스위스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인 취리히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물가가 비싼 도시로 꼽혔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월 153만원가량의 임대료만 내고 넓은 아파트에서 특별한 방식으로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유럽에서는 공동주거, 즉 ‘코하우징’이 확산하고 있다. 코하우징은 개인 침실과 전용 욕실은 따로 쓰되, 부엌·거실·발코니 등은 함께 공유하는 형태로 한 아파트에 최대 12명이 거주한다.

취리히에서 코하우징은 특히 미혼 직장인, 신혼부부, 노년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집값과 생활비가 비싼 취리히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코하우징 아파트에는 개인 공간 외에도 공동 작업실, 옥상 정원, 대형 부엌이 함께 마련돼 있다. 월세는 월 1100달러(약 153만원) 수준이다. 대신 개인 차량을 소유할 수 없고, 입주민들은 공유 자동차나 자전거를 이용해야 한다.

코하우징은 1960~1970년대 덴마크에서 시작됐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문화를 바탕으로 공동체 생활에 대한 수요가 커지자, 여러 사람이 함께 거주할 수 있도록 설계된 주택이 등장했다. 이후 코하우징 문화는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현재 취리히는 이 흐름을 주도하는 도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취리히는 코하우징 확산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시는 주택의 20% 이상을 직접 보유하고 있으며, 코하우징 개발에 참여할 협동조합이나 민간 개발업자에게 토지를 분할해 제공한다. 이후 이들이 제출한 건설 계획을 심사해 에너지 효율성, 혁신성, 중산층도 부담 가능한 임대료 책정 여부 등 다양한 요소를 평가한다. 이러한 과정은 물가가 높은 도시에서 중산층이 계속 거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다.



코하우징은 특히 노년층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2022년 취리히에 거주하는 55세 이상 주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80%가 ‘다세대 가구에서 살고 싶다’고 답했으며, 절반은 요양원보다 코하우징을 더 선호한다고 밝혔다. 공동체 생활을 통해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혼자 사는 고립감을 줄여준다는 점이 이유다. 미혼 직장인이나 신혼부부 역시 코하우징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았다.

취리히에서 노년층 주거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니나 슈나이더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시니어들이 낯선 동네에서 혼자 살아 외로움을 느낀다”며 “다른 사람들과 공용 공간에서 어울릴 수 있는 구조는 그들에게 특별한 가치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코하우징은 유럽을 넘어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확산 속도가 더디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집을 중요한 재산으로 인식해 코하우징처럼 거주자가 집을 팔 때 이익을 남기지 못하는 구조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유럽은 다양한 소득 계층을 대상으로 지원하지만, 미국은 지원 정책을 주로 저소득층 위주로만 운영해 확산에 한계가 있다.

한편 10여명의 낯선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점은 코하우징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공동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이사하는 비율이 일반 아파트보다 높게 나타났다.

취리히 시에서 주택 정책을 담당하는 필리프 코흐는 “임대료만 놓고 보면 저렴할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코하우징에 지원한 입주자 대부분이 이런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처음 본 남녀 12명이 한 집에 산다고?"…살인 물가에 유럽서 유행하는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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