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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마을버스 정말 생존위기인가

박창규 사회부 차장


지난달 27일 서울시의회 본관 앞, 서울 마을버스 운송 업체 대표들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이들 손에는 ‘대중교통 환승 정책 동참 결과는 빚더미에 운행 중단 위기’라는 팻말이 들렸다. ‘서울시 고무줄 운송 원가 산정! 서울시 갑질에 마을버스는 분노한다’ 같은 문구도 있었다. 서울시 마을버스 운송사업조합은 “대중교통 환승 체계에서 탈퇴할 수 있다”며 시의 재정 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서울시 재정 지원 기준은 이렇다. 마을버스 1대가 하루 운행 시 드는 평균 비용을 48만 6098원으로 보고 이보다 수익이 적다면 최대 23만 원까지 지원하는 식이다. 이 기준을 높이라는 게 조합의 요구다.

조합의 ‘환승 체계 탈퇴’ 시사는 2023년에도 있었다. 당시 조합은 ‘더 이상 환승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현수막을 차량 외부에 내걸고 요금 인상, 재정 지원 확대를 요구했다. 팬데믹 장기화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던 시기였다. 서울시는 그해 8월 900원이던 마을버스 요금을 1200원으로 올렸다.

조합의 요구는 올 들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5월 “운행 중단도 할 수 있다”며 지원 확대를 요구했다. 팬데믹 이후 이용객이 줄어 운송 업체들의 적자 누적이 심각하다고 했다. 운행 중단 카드는 접었지만 조합은 요구를 관철할 때까지 물러나지 않을 태세다.

업체들의 경영 상태는 조합 주장처럼 정말로 ‘빚더미에 오를’ 만큼 심각할까. 서울시가 6월 ‘마을버스 재정 지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조사한 결과를 보면 그렇지는 않은 듯하다. 마을버스 운송 업체 140곳 중 흑자를 낸 업체는 99곳. 심지어 2022년 25곳에서 2023년 69곳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경영 상태가 투명하지 않아 보이는 곳도 여럿 있다. 대표이사 등에게 수억~수십억 원을 빌려주거나 재무 건전성이 우려되는 데도 수억 원을 배당했다. 업체 평균과 비교해 여비·교통비가 10배에 달하거나 접대비가 4배에 이르는 곳도 있었다.



마을버스 운행 데이터는 재정 지원의 기준이 된다. 하지만 실제 운행 시간, 등록 대수 등을 실제와 달리 입력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첫차·막차 시간을 전혀 안 지키거나 배차 간격이 들쑥날쑥한 사례도 발견됐다. 7대를 운행한다고 등록했지만 5~6대만 돌리거나 평일은 더 적게, 공휴일은 더 많이 운행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지원을 더 받기 위한 꼼수로 해석될 만하다.

기준을 바로 세우려는 서울시의 노력이 조합에는 민간을 상대로 한 ‘갑질’로, ‘고무줄’처럼 원칙 없는 행위로 보이는 모양이다. 하나 운송 업체가 받는 보조금은 시민이 낸 세금이다. 올해만 412억 원이 투입된다. 허투루 쓰이지 않게 꼼꼼히 살피려는 노력이 갑질이라며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외려 마을버스 승객에게는 “대중교통 환승 체계에서 탈퇴할 수 있다”는 얘기가 더 갑질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매일 서울 마을버스에 오르는 84만 명은 운송 업체 대표들의 주장을 어떻게 바라볼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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