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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對) 중국 실용 외교 속도 낼 때다 [김광수 특파원의 中心잡기]

한미일 밀착에도 트럼프 불안감

중국 중심으로 북중러 친밀 과시

김정은 방중, 한중관계 난제 더해

習 방한 전 양국 소통 확대해야

6일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일 북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연회 장면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이달 11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이재명호’의 외교가 사면초가로 내몰리는 양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천명했지만 일각에서는 보수 정부보다도 보수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집권 2기 시작과 함께 무차별 관세 폭탄을 퍼붓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상호관세 협상에 국가적 역량을 모았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3500억 달러의 투자펀드를 제공하기로 약속하고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트럼프 변수’는 불안 요소다. 이런 가운데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불법 체류자 단속으로 한국인 300여 명이 체포됐다는 소식은 ‘트럼프 변수’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 체제하에서 양국 외교는 예전만큼 끈끈한 신뢰 관계를 유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은 한국뿐 아니라 전통 우방인 유럽연합(EU)·일본과도 마찰을 빚으며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실현에 올인하는 중이다.

자유민주 진영의 전통 우방이었던 한미일이 다소 삐걱대는 가운데 반대편에서는 북중러가 그 어느 때보다 밀착하는 모양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반미’ ‘반서방’ 맹주를 자처하는 중국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은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한 반서방 국가 정상급 20여 명을 한데 모았다. 푸틴 대통령은 연이어 열린 ‘중국 인민 항일 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까지 중국에 머물렀다. 그간 SCO 정상회의는 국제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그들만의 리그’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 행보에 반감을 가진 국가들이 강하게 결집하며 올해는 그 존재감이 크게 부각됐다. 중국은 이번 회의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까지 초청하면서 몸집을 더욱 키웠다.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 소식이었다. 김 위원장은 첫 다자외교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것은 물론 딸 김주애까지 동행시켜 후계 구도를 예고했다. 냉전 종식 이후 처음으로 북한과 중국·러시아 세 국가의 정상이 톈안먼 망루에서 열병식을 지켜보는 ‘역사적인 장면’도 연출했다. 북한은 러시아·중국과 연쇄 정상회담을 펼치며 두 나라로부터 사실상 ‘핵보유국’임을 인정받았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됐던 북한이 다자 무대에서 존재감을 확인함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더욱 복잡해지게 됐다.



이렇듯 북중러가 밀착하면서 한국으로서는 중국과의 외교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유엔 등 다자 무대에서 양국이 ‘공동 이익’을 추구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동안의 정상회담과 달리 ‘비핵화’는 언급하지 않았는데 중국은 이를 지렛대 삼아 한국과 미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과 글로벌 패권 경쟁을 펼치고 있는 중국은 한국과 미국이 밀착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보는 입장이다. 최근 대통령 특사단이 중국을 방문했지만 시 주석과의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다. 중국 측의 분주한 일정 때문에 무산됐다고 하지만 정확하게는 중국이 응하지 않았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당장 다음 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시 주석의 방한을 통해 한중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더 나아가 중국을 지렛대로 남북 관계, 미중 관계까지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해 한중 정상회담을 정교하게 준비해야 한다. 이런 복잡한 의제를 다루기 위해 현 단계에서는 한중 고위급 사이의 전략적 소통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공석인 주중대사를 하루빨리 임명하는 등 이 대통령의 대(對)중국 실용 외교도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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