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우 신즈레이가 세계 3대 국제 영화제인 베니스 영화제에서 중국 배우로는 33년만에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중국이 한층 고무된 분위기다.
8일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제82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신즈레이가 ‘해가 뜨면 우리 모두(The Sun Rises on Us All·日掛中天)’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신즈레이는 수상 소감에서 중국 여배우로서 영화제 무대에 설 수 있어 영광이고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영화 제작진에게 감사를 표하고 “모든 소녀들에게, 꿈이 있다면 상상하고 좇아가라”며 “어쩌면 이뤄질지도 몰라요”라고 당부했다. 그는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바로 마음에 들었다”며 “이 영화는 선과 악을 탐구하고 인간 본성을 깊이 파고든다”고 말했다.
신즈레이는 1986년 중국 헤이룽장성 허강에서 태어나 중앙희극학원을 졸업했다. 패션 디자이너를 꿈꿨지만, 아버지가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돼 대학교 3학년 때 중퇴하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 호스티스로 일하기도 하고, 단역을 맡기도 하고, 저예산 스릴러에도 출연했다. 그에게 여배우가 되는 것은 “처음에는 학비와 생활비를 아끼고, 가족을 부양할 돈을 벌고, 하반신 마비가 된 아버지의 치료비를 마련하는 단순한 목표였다”라고 중국 매체 원후이바오는 전했다.
대표작으로는 드라마로 ‘화피’, ‘폔폔아이상니’, ‘롄아이셴성’, ‘누칭샹시’ 등이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OTT를 통해 방영되고 있으며 왕자웨이 감독의 첫 TV 드라마로 화제를 모은 ‘번화’에도 출연했다. 영화로는 ‘창장투’, ‘진지지우위안’, ‘챠오옌더신스’ 등에 출연했다. 2016년 출연한 창장투는 제66회 베를린 영화제 경쟁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왕자웨이는 신즈레이에 대해 “신즈레이의 미래는 이제 막 시작일 뿐이고, 지금은 그녀의 전성기의 시작일 뿐이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신즈레이의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은 1993년 ‘귀주 이야기’로 수상한 궁리 이후 처음이다. 홍콩 배우 엽덕한이 2011년 ‘심플라이프’로 수상하긴 했으나 중국 본토 배우로는 33년만의 수상에 중국 영화계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중국영화자료원의 줘헝 연구원은 “1980년대 이후 세대의 중국 배우가 이 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 수상은 이 세대 배우들이 이제 사회적 깊이와 예술적 역량을 갖춘 배역을 소화할 수 있음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중국 영화가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는 국제적 맥락에서 여전히 주목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입증한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차이상쥔 감독의 이 영화는 운명에 얽매여 구원을 찾지 못하는 옛 연인들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옛 연인 메이윈(신즈레이)과 바오슈(장쑹원)가 몇 년 후 작은 남부 마을에서 재회하지만 결국 운명의 흐름에 휩쓸리는 내용이다. 제목은 광둥 오페라 자채지 ‘즈차이즈(紫彩支)’에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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