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시장을 놓고 업체 간 출혈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최근 5년 동안 중국 전기차 업체 10곳 중 9곳이 시장에서 퇴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중국 내 전기차 등 신에너지 자동차 제조 업체 수는 2020년 500여 개에서 올해 50개 수준으로 줄면서 10분의 1 토막이 됐다. 과거 7~8% 수준이던 영업이익률은 올 4월 말 현재 4.1%로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면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사히는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매출은 늘어도 이익은 개선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전기차 업체 간 ‘네이쥐안(內卷·제 살 깎기식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중소 업체들이 고사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가스구에 따르면 중국 내 자동차 제조사 가운데 85%가량은 공장 가동률이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70%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악성 재고가 쏟아지며 중국에서는 신차를 중고차로 둔갑해 파는 ‘0㎞ 중고차’까지 우후죽순 나타나고 있다. 팔리지 않은 신차를 서류상으로 판매된 것처럼 처리한 뒤 주행하지 않은 상태로 저렴한 가격에 중고차 시장에 내놓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톱다운식 산업 육성 시스템이 네이쥐안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정부가 목표를 제시하면 지방정부와 국영기업체들이 각종 보조금을 내세워 기업 유치전에 나서는데 기업들이 앞다퉈 시장에 진입하면서 과당경쟁이 발생하고 이 중 대다수가 도태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살아남은 소수 기업은 중국 내수와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지만 지방정부는 과도한 산업 유치 경쟁으로 막대한 부채를 떠안게 되고 실물경제도 타격을 받는다. 아사히는 “전기차뿐 아니라 태양광과 철강 등 주요 산업이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짚었다.
과잉경쟁에 따른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중국은 7월부터 ‘반(反)네이쥐안’ 정책을 본격 시행하며 구조조정에 나섰다. 자동차 업체들은 할인율을 줄이기 시작했고 징둥 등 배달 플랫폼들도 무분별한 할인 정책을 지양하기로 했다. 태양광 업계는 70억 달러 규모의 감산을 합의했으며 유리·시멘트·철강 업체들 역시 생산을 줄이고 있다.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 닝더스다이(CATL)도 초대형 리튬 공장 가동을 멈추며 공급 조절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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