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이 인간 수명 연장을 목표로 한 '장수 산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공시·시장정보업체 피치북 데이터와 기업 발표 등을 종합한 결과, 지난 25년간 장수 관련 스타트업과 연구기관에 유입된 투자금은 125억 달러(한화 약 17조원)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 억만장자뿐 아니라 배우, 정치인, 인플루언서 등 유명 인사들도 가세했다.
대표적인 투자자는 페이팔 공동 창업자 피터 틸,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러시아 출신 투자자 유리 밀너, 글로벌 벤처 투자사 앤드리슨 호로비츠 공동 설립자 마크 앤드리슨 등이다. 틸은 직접 또는 펀드를 통해 12개 기업에 7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으며,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 CEO 브라이언 암스트롱과 함께 세포 노화를 늦추는 스타트업 '뉴리밋'을 공동 창업했다.
뉴리밋에는 구글 CEO 출신 에릭 슈밋, 벤처 투자자 비노드 코슬라 등 억만장자 9명 이상이 참여해 2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올트먼은 세포 재생 신약 개발을 목표로 하는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스'에 1억 8000만 달러를 지원했다.
이 산업에는 개인적 동기로 참여한 투자자도 있다. 비옴 라이프 사이언스를 세운 나빈 자인은 부친을 췌장암으로 잃은 뒤 맞춤형 건강검사·영양제 회사를 세우고 3000만 달러를 투입했다. 그는 “노화를 선택 사항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또 모더나 CEO 스테판 방셀은 장수 연구자인 발터 롱고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의 '단식 모방 다이어트'를 실천하며, 롱고 교수가 설립한 L-뉴트라에 4천700만 달러 투자를 주도했다.
WSJ은 "억만장자 투자자들의 관심 덕분에 한때 학계 주변부에 있던 장수 연구가 이제는 대중 담론의 주류로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한편 지난 3일 열린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불멸에 이를 수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인간이 150살까지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해 장수산업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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