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 시간) 독일 뮌헨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루트비히 스트라세. 높이 7m에 달하는 유리 구조물 사이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의 첫 번째 소형 콘셉트카 ‘콘셉트 쓰리(Concept THREE)’가 베일을 벗자 관람객들의 박수갈채와 함성이 쏟아졌다.
현대차가 세계 최대 모터쇼인 ‘IAA 모빌리티 2025’에서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첫 소형 콘셉트카 콘셉트 쓰리를 공개했다. 미국의 관세 장벽에 전기차 격전지로 떠오른 유럽에서 소비자 진입 문턱을 낮춘 엔트리급 라인업을 강화해 전동화 ‘퍼스트무버(선도자)’ 입지를 확고히 하려는 의지를 재차 천명한 것이다. 현대차가 IAA 모빌리티에 참여한 것은 2021년 이후 4년 만이다.
자비에르 마르티넷 현대차 유럽권역본부장은 “콘셉트 쓰리는 처음부터 유럽 고객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특별하게 디자인됐다”며 “1년 뒤 양산형 모델로 출시되면 현대차는 모든 세그먼트를 아우르는 6대의 순수 전기차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콘셉트 쓰리는 그동안 중대형 위주인 아이오닉 라인업(아이오닉5·6·9)에서 소형을 추가, 차급별 풀라인업을 완성해 의미가 적지 않다. 특히 이 차량은 도로가 좁고 주차 공간이 부족한 유럽 시장을 고려해 컴팩트 해치백 형태로 설계, 현지 소비자 취향을 배려했다. 외관은 현대차의 새로운 외장 디자인 언어 ‘아트 오브 스틸’을 기반으로 깔끔하면서도 역동적인 존재감을 드러냈고 내부에는 안락하고 넉넉한 공간을 갖춰 반전 매력을 보여줬다.
현대차가 자동차 본고장인 독일에서 최초로 콘셉트 쓰리를 꺼내든 것은 글로벌 전기차 경쟁의 축이 유럽으로 이동했음을 시사한다. 미국은 고관세와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며 수요 위축이 불가피한 형편이다. 반면 유럽 전기차 시장은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터널을 빠져나올 태세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7월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29.7% 늘어난 226만 대로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판매량(409만 3000대)의 절반을 훌쩍 넘었다.
현대차는 콘셉트 쓰리가 유럽에서 전기차 판매를 견인할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 엔트리 전기차인 인스터(캐스퍼 일렉트릭)와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이오닉5 사이에 위치한 크기로 다양해진 소비자 수요에 대응 가능한 제품 라인업을 확보하면서다. 현대차는 독일에서 올 7월까지 인스터를 앞세워 1만 5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는데 이는 지난해 연간 실적(1만 6000대)에 맞먹는 수준이다.
다만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대거 보급형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유럽 최대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은 전날 2027년까지 총 4종의 엔트리 전기차 라인업을 출시하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소형 전기 SUV인 ‘ID.크로스 콘셉트’를 비롯해 전기 해치백 ‘ID.폴로’, 고성능 버전 ‘ID.폴로 GTI’ 등 3종을 내년 2만 5000유로(약 4000만 원)에 출시한 뒤 2027년 2만 유로(약 3200만 원)대 ‘ID.에브리1’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기아는 올해 행사에서 EV2·3·4·5·6·9·PV5 패신저 등 7개 전기차를 전시했다. 전시된 콘셉트 EV2는 소형 전기 SUV로, 내년 양산형 모델로 유럽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뮌헨=노해철 기자 s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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