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인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 DB하이텍(000990)이 전력 효율을 극대화한 차세대 전력반도체 공정 개발을 완료하고 상용화에 돌입했다. 전력 효율이 곧 비용 절감, 작동시간 증대로 이어지는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시장 등에서 쓰일 전망이다.
DB하이텍은 차세대 전력반도체인 ‘650볼트(V) 전계모드 질화갈륨 고전자이동도 트랜지스터(E-Mode GaN HEMT)’ 공정 개발을 마무리하고 시험생산용 웨이퍼(멀티 프로젝트 웨이퍼·MPW)를 다음 달 말 제공한다고 11일 밝혔다.
개발 완료한 공정의 핵심은 질화갈륨(GaN)이라는 신소재다. 전력반도체는 기기에 들어오는 전기를 시스템에 맞게 변환하고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부품이다. 막대한 전기를 소모하는 AI 데이터센터나 정밀한 전력 제어가 필요한 로봇 분야에서는 반도체의 전력 효율이 성능 경쟁력과 직결된다. 실리콘 반도체는 전기를 변환하는 과정에서 열로 손실되는 양이 많아 효율을 개선하는데 한계가 컸다.
DB하이텍이 확보한 650볼트(V) GaN 공정은 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꼽힌다. GaN은 실리콘보다 전력 손실이 현저히 적어 고효율 초소형 제품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 AI 데이터센터는 전력을 덜 쓰니 운영 비용이 절감된다. 로봇은 작동 시간을 늘릴 수 있다.
DB하이텍은 GaN 공정 확보가 기존 주력 사업인 복합전압소자(BCDMOS)와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본다. BCDMOS는 아날로그, 디지털, 고전력 회로를 한데 모은 반도체다. DB하이텍 관계자는 “실리콘 전력반도체에서 쌓은 세계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GaN, 탄화규소(SiC) 등 화합물 반도체까지 라인업을 확장하는 것”이라며 “미래 고성장 분야의 핵심 공급사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기관 욜디벨롭먼트에 따르면 GaN 시장 규모는 2025년 5억 3000만 달러(약 7400억 원)에서 2029년 20억 1300만 달러(약 2조 8000억 원)로 연평균 약 40%의 가파른 성장이 예상된다. DB하이텍은 늘어날 수요에 대비해 생산능력 확대에도 나섰다. 충북 음성 상우캠퍼스에 클린룸을 증설해 월 생산량을 현재 15만 4000장에서 19만 장 규모로 약 23%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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