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오피스 업계의 최대 매물로 꼽히는 서울스퀘어 입찰 과정에서 매도자인 ARA코리아운용·NH투자증권(005940)과 원매자인 캡스톤자산운용·한투리얼에셋운용 간 줄다리기에 들어갔다. 원매자 측이 제시한 가격에 대해 매도자 측은 가격을 높여달라며 재입찰을 실시했다. 서울스퀘어의 20%에 달하는 공실률 등으로 가격 협상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전날 매도자측은 원매자인 캡스톤자산운용과 한투리얼에셋운용 측에 입찰을 다시 받겠다고 통보했다. 추가 입찰자를 받는 것이 아닌 입찰에 참여한 두 원매자에게 가격을 높여 다시 제안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원매자 측은 입찰에 써낼 가격을 다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매도자 측이 만족할만한 가격이 나오지 않아 재입찰을 진행한 것”이라며 “만족할만한 가격이 나온다면 그때 우선협상자 선정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ARA코리아자산운용과 NH투자증권은 2019년 총 9800억 원에 서울스퀘어를 인수해 운용했다. 내년 펀드 만기를 앞두고 서울스퀘어는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업계에서는 서울역 인근 오피스 거래가가 3.3㎡당 3000만 원대 초중반에서 형성되는 점을 고려해서 총 1조원대 초·중반에서 서울스퀘어의 매각가가 형성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원매자 측은 1조 원대 초반 가격을 제시했으나 매도자 측에서 좀 더 높은 가격대를 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측이 가격 산정에 이견을 보이는 것은 현재 공실률이 20%에 달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울스퀘어의 공실은 11번가가 경기 광명으로 이전하면서 발생했다. 이에 ARA코리아자산운용 측은 인수 의향을 밝힌 대형 자산관리회사(AMC)를 대상으로 일부 면적을 호텔 등 숙박시설로 변경할 수 있다는 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공실을 호텔로 전용해 보다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최근 서울 도심 소재 럭셔리 호텔의 수익성이 외국인 관광객 수 회복에 따라 개선되자 이 같은 복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스퀘어는 서울역 인근에 위치한 연면적 13만 2806m²(4만 174평), 지상 23층, 지하 2층 규모의 상징적인 프라임 오피스 자산이다. 서울역(1·4호선, GTX-A·공항철도·경의중앙선)에 인접해 있어 동일 규모 내 경쟁 자산 대비 입지적 장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900평 이상의 기준층 전용 면적은 서울 주요 업무 권역 내에서도 독보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도심 정비 사업이 완료될 시점 서울역 인근이 평당 6000만 원까지 뛸 것으로 보고 있다.
캡스톤자산운용과 한투리얼에셋운용은 공실률에도 불구하고 서울역 인근 오피스 수요가 향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이번 입찰에 참여했다. 서울역 권역은 향후 예정된 도시환경정비사업을 통해 현대적인 업무 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캡스톤자산운용은 보유하고 있는 블라인드 펀드를 활용해 인수에 나설 예정이며 한투리얼에셋운용은 한국금융지주(071050) 계열사와 컨소시엄을 꾸려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IB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1조 원을 넘는 가격에 비해 20%의 공실률은 시장에서 다소 부담을 느낄만한 상황”이라며 “향후 가격대 이견을 어떻게 좁힐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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