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가 주목하는 영국 배우 듀오,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올리비아 콜먼이 드디어 스크린에서 만났다. 제이 로치 감독의 신작 더 로즈: 완벽한 이혼을 통해서다. 15년 우정을 바탕으로 한 두 배우의 호흡은 감독이 인정할 만큼 자연스러웠다.
지난달 25일 열린 화상 기자회견에서 둘은 “수년간 만날 때마다 언젠가 함께 작업하자고 약속해왔다”고 털어놓았다. 컴버배치는 “이론적으로는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았는데,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내게 뭔가 문제가 있는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다행히 결과가 “기대를 뛰어넘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신뢰가 있으니 더 빨리, 더 멀리 갈 수 있었다”며 케미스트리의 비결을 “오랜 세월 쌓아온 이해와 신뢰”라고 설명했다.
제이 로치 감독이 언급한 ‘식스 센스 같은 코미디 타이밍’에 대해서도 컴버배치는 “단축키가 있었고, 친밀감에서 비롯된 즉각성이 있었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여전히 나를 놀라게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파트너의 연기를 두고 “올리비아의 직관성과 감정적 통찰력은 늘 인상적이었다.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데, 그 뉘앙스와 유머 감각은 정말 놀라웠다. 특히 감정의 강약을 조절하는 능력에 감탄했다”고 극찬했다.
촬영 중 콜먼이 ‘못된 모습’을 드러낼 때면 실제 우정에 금이 가지 않을까 염려했다는 고백도 있었다. 컴버배치는 “그럴 때마다 올리비아와 가볍게 터치하며 ‘우린 괜찮은 거지?’라고 확인했다. 다소 한심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소중한 우정이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에 콜먼은 “정말 다정했다”며 “그런 배려는 결코 한심하지 않다”고 화답했다.
로치 감독의 ‘더 로즈: 완벽한 이혼’은 파국으로 치닫는 결혼 생활을 코미디와 드라마의 경계에서 풀어낸다. 컴버배치는 “영국 코미디의 전통에서 중요한 건 실패의 웃음이다. 앨런 파트리지, 바질 폴티, 데이비드 브렌트 같은 캐릭터들은 늘 고통스럽게 실패하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일말의 성공과 인정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콜먼은 “실패를 지켜보는 것은 정말 재미있다. 웃음과 슬픔이 함께할 때, 오히려 관계는 더 단단해진다”고 거들었다.
1989년 원작 ‘장미의 전쟁’(마이클 더글러스·캐슬린 터너 주연)과 비교에 대해서는 “리메이크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컴버배치는 “두 영국인이 미국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설정이 다르다. 무엇보다 사랑이 지속된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콜먼 역시 “예술은 늘 예술에서 영감을 받는다. 완전히 독창적인 건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영화 속 인물들은 전혀 다른 캐릭터들”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시작도 흥미롭다. 제작진이 “두 사람이 이런 역할을 맡는다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여기에 토니 맥나마라의 대본이 더해졌다. 콜먼은 “대본이 너무 뛰어나 그저 글에 충실하면 됐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컴버배치는 “올리비아는 본능적으로 탁월하다. 나는 훨씬 더 노력해야 했다”고 웃어 보였다.
결혼 생활에 대한 질문에도 두 배우는 솔직했다. 콜먼은 “오랫동안 함께하다 보면 상대방의 말을 듣지 않거나, 자신이 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착각하는 순간들이 있다”고 말했고, 컴버배치도 “옳고 그름만 따지게 되는 순간이 있다”며 공감했다. 이어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우린 저 정도는 아니네’라며 안도하면서도, 동시에 ‘절대 저렇게 되지 말자’는 교훈을 얻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내년에 결혼 25주년을 맞는다는 콜먼은 “남편이 넘어질 때만큼 재미있는 순간이 없다”며 웃었다. 그는 “남편의 말처럼, 서로를 다치게 하면서도 오래가는 부부가 있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런 개인적인 경험들이 영화 속 결혼 생활을 현실감 있게 빚어내는 데 밑거름이 된 듯하다.
/하은선 골든글로브 재단(GGF)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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