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차 현실로 다가오는 북극항로는 단순한 물류 효율을 넘어 국가의 안보와 경제를 좌우하는 핵심 전략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로 북극 해빙이 가속화하면서 대한민국의 포항항, 울산항, 부산항 등이 복수의 거점항만으로 활약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극지연구소를 비롯한 국내 기관들은 북극 해빙 연구에 매진하고 있으나 하루에도 여러 번 변하는 북극의 해빙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지 않고서는 안전한 항해가 불가능하다. 정보의 지속성, 해상도, 그리고 실시간성 부족은 북극항로 운용에 있어 우리의 국가적 자율성을 제약하는 명확한 한계로 작용한다.
결국 중요한 열쇠 중 하나는 초소형 위성이다. 과거에는 기술 검증용에 머물렀던 초소형위성은 이제 고성능 센서를 탑재한 강력한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여러대의 위성으로 구성된 군집 위성 시스템은 기존 위성보다 낮은 궤도에서 지구를 더 자주, 더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다. 특히 기상 조건과 관계없이 해빙을 관측하는 SAR(합성 개구 레이더) 기술은 안정적인 항로 운용에 필수적이다. 또한 마이크로파 복사계는 구름과 어둠을 투과해 연중 내내 해빙의 면적, 농도, 두께를 측정함으로써 혹독한 북극 환경에서도 지속적인 관측을 가능하게 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초소형 위성을 활용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국토안보부에서는 북극 지역에서 조난 선박의 긴급 신호를 감지하기 위해 큐브샛을 발사했고 노르웨이는 NorSat을 통해 북극 선박 교통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처럼 초소형위성은 특정 목적에 맞춰 효율적으로 운용될 수 있어 북극항로 개척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핵심 전략인 ‘AI 대전환’ 정책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즉 위성으로 부터 쏟아지는 방대한 데이터를 단순히 모으는 것을 넘어 AI와 딥러닝 기술로 분석하여 의미 있는 정보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AI는 실시간으로 해빙의 이동 경로와 위험 구간을 예측하고 선박에 최적의 항로를 제안하는 등 실제 운항에 필요한 ‘지능’을 제공할 것이다. 이처럼 AI는 방대한 데이터의 ‘두뇌’ 역할을 하며 기술적 진보를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로 연결할 수 있다. 특히 딥러닝은 해빙의 균열 감지, 두께 추정, 미래 해빙 범위 예측 등 기존의 물리 기반 모델이 가진 한계를 보완하고 예측의 정확성을 높여 북극해 운항의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최근 국회에서도 북극항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북극항로 운항 지원을 위한 초소형위성 개발사업’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김현철 극지연구소 원격탐사빙권정보센터장은 ‘초소형위성 사업의 추진 경위 및 준비 현황’에 대해 발제하며 로드맵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는 북극항로의 안전한 해상 운항을 보장하고 기후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역할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또한 북극항로 운항 지원을 위한 초소형위성 개발사업은 AI와 위성 기술의 융합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우주로 확장하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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