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문경시 주흘산 케이블카 상부 승강장 예정 부지에서 멸종위기 1급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산양(긴꼬리산양)의 서식 흔적이 확인됐다.
녹색연합과 문경시민희망연대·산과자연의친구 등 환경단체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두 달여간 무인센서카메라를 설치해 관찰한 결과, 산양이 총 24회 촬영됐다”고 밝혔다. 카메라에는 어미와 새끼로 보이는 개체가 함께 포착됐으며, 상부 승강장에서 약 600m 떨어진 지점에서도 산양이 여러 차례 활동하는 모습이 기록됐다. 현장에서 배설물도 발견됐다.
단체는 “산양의 행동 반경이 평균 1㎢ 내외라는 점을 고려할 때 상부 승강장이 서식지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케이블카 설치 지역이 멸종위기종 서식지일 수 있는 만큼 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경시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사업지구 내 산양 유입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약 2km 구간에 무인센서카메라 9대를 열흘간 운영했으나 산양이 촬영되지 않았고, 대신 담비 서식 흔적이 확인됐다는 이유에서다. 문경시는 추가 전문가 자문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왔다며 사업 추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환경부는 당시 “산양 유입 가능성을 낮게 본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재검토를 요청했으나, 이후 조건부 동의로 사업은 추진 단계에 들어섰다.
환경단체는 이에 대해 “문경시 조사가 13일 남짓 진행되는 등 기간과 장비 수가 부족했다”며 “케이블카 사업자가 제출한 본안 평가서에는 산양 언급이 빠져 있고, 보완서에서도 사업지구에서 600m 이상 떨어져 발견됐다며 의미를 축소했다”고 반박했다. 단체는 감사원 감사를 통한 재검증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인근 월악산 국립공원에서는 산양 복원사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개체 수는 2019년 대비 80% 이상 늘어난 183마리로 집계됐으며, 향후 인근 주흘산으로 서식지가 확장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환경부는 2020년 산양 보전계획을 수립한 뒤 먹이 급이대 운영, 쉼터 설치, ASF(아프리카돼지열병) 울타리 일부 개방 등 관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다수의 산양이 확인된 것은 백두대간 생태계 회복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며 “사업지구에 대한 공동 정밀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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