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개혁’을 둘러싸고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 사법부 간의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12일 사법 개혁 입법과 관련해 “어떤 게 국민에게 가장 바람직한지 공론화를 통해 충분히 논의가 이뤄지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법부 내부를 향해서는 “무엇보다 재판의 독립이 확고히 보장돼야 한다”며 “오직 헌법을 믿고 당당하고 의연하게 재판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조 대법원장의 이날 발언은 더불어민주당의 사법 개혁 속도전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사법부 수장의 공식 입장 표명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국법원장들도 2022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이날 임시회의를 열고 “사법 개혁 논의에 사법부가 반드시 참여해야 하며 법치주의 실현을 위해 사법 독립도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우리 헌법은 법관의 사법권과 대법원장의 법관 임명권, 재판 독립성 등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추진 중인 내란특별재판부의 경우 국회·변호사도 사실상 특정 판사를 고를 수 있도록 해 위헌 소지가 크다는 지적을 받는다. 민주당은 반민특위 특별재판부와 3·15 부정선거 특별재판부 사례를 들지만 당시에는 헌법 부칙에 근거 조항이 존재했다. 대법관 증원도 하급심의 질 하락, 재판 지연 등의 우려를 낳고 있다. 무엇보다 민주당 안대로 대법관 수를 현재 14명에서 향후 3년간 26명으로 늘릴 경우 대법을 친여 성향의 인사들로 채우면서 ‘사법의 정치화’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대법관 추천 방식 변경과 외부인의 법관 평가 등도 사법부 통제 의도가 짙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전날 “대한민국에는 권력 서열이 분명히 있다”며 “국회는 가장 직접적으로 국민주권을 위임받았고 사법은 정치로부터 간접적으로 권한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우리 헌법 체계와 사법 질서를 전면 부정하는 위험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입법·행정·사법 간의 견제와 균형은 숱한 착오 과정을 거쳐 정착된 현대 민주주의의 근간이며, 사법부의 역할은 선출된 권력을 견제하는 데 있다. 우리 헌법이 입법·행정부뿐만 아니라 사법부에도 국민주권을 위임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삼권분립을 흔드는 위헌적 행태를 멈추고 사법 개혁을 위한 충분한 국민적 공론화 과정부터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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