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는 2만원, 염색은 10만원, 파마는 20만원."
고물가 장기화로 미용 서비스 요금이 오르면서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앞머리 커트나 새치 염색 등 간단한 미용을 스스로 해결하는 ‘셀프 미용’이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미용 요금 5년 새 24%↑…서울·인천은 2만 원 넘어
15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성인 여성 커트 평균 요금은 1만9558원으로 5년 전(1만5789원)보다 23.9% 올랐다. 서울(2만3692원), 인천(2만5000원) 등 수도권은 2만 원을 웃돌았다. 같은 기간 미용료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1.7%)의 두 배를 넘었다.
지역별 격차도 컸다. 인천은 2만5000원으로 가장 비쌌고, 전북은 1만5200원으로 가장 저렴해 두 지역 간 요금 차이가 9800원에 달했다.
정부는 2013년부터 미용실 외부에 가격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는 ‘옥외가격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제도 시행 1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결제 가격은 영양제 추가, 머리 기장, 디자이너 직급 차등 등에 따라 예상보다 훨씬 높아지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 불만은 여전하다.
최근 미용실에 방문했다는 직장인 A씨(31)는 "기장 추가 비용이 없다는 말을 듣고 방문했지만 결국 기장 추가 비용을 내고 염색을 해야 했다"며 "여기에 수습 디자이너가 디자이너로 승진하자 커트 요금이 같이 올라 비용 부담이 컸다"고 호소했다.
◇“돈 아깝다” 소비자 불만 속 '셀프 미용' 인기
가격 인상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남자 셀프 이발법’, ‘셀프 긴 머리 커트’와 같은 영상이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단계별로 자르는 법, 실패하지 않는 팁 등을 알려주는 콘텐츠가 많아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어 이제 셀프 미용은 일부의 선택을 넘어 문화로 자리 잡아가는 모양새다.
셀프 미용 제품 수요도 늘고 있다. 다이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4일까지 헤어 가위 매출은 전년 대비 6%, 염색약 매출은 20% 증가했다. 다이소는 3000~5000원대의 헤어 가위·염색약을 각각 10여 종, 30여 종 판매 중이다. 한 소비자는 다이소 온라인 후기에 “5000원짜리 셀프 다운펌이 ‘가성비 최고’였다”며 “미용실에 가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CJ올리브영 역시 염색·펌 제품 160여 종을 판매하며 셀프 미용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한편 이 같은 흐름은 미용업계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8월 폐업한 미용업소는 8229곳에 달한다. 연간 기준으로는 △2022년 1만1503건 △2023년 1만2646건 △2024년 1만3292건으로 꾸준히 증가세다. 업계에서는 올해 역시 1만3000건 안팎의 폐업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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