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사법연수원 18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이재명 대통령의 ‘선출 권력 우위’ 발언 논란을 두고 “대한민국 헌법을 읽어보시라”고 직언했다.
문 전 대행은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선출 권력과 임명 권력의 우위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질문에 “저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헌법을 한 번 읽어보시라. 그게 제 대답”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논의의 출발점은 헌법이어야 한다. 헌법 몇 조에 근거해 주장해야 생산적인 토론이 가능하다”며 “다만 저는 대화의 주체가 아니므로 구체적 언급은 자제하겠다”고 했다.
사법부 권한과 관련해선 “사법부는 입법·행정부를 견제하도록 헌법이 설계한 기관”이라며 “그 판결이 불편하더라도 헌법이 부여한 권한인 만큼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한 판결이 있다면 제도 개선 논의가 가능하고, 법원은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대통령은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임명 권력은 선출 권력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것”이라며 “권력의 서열은 분명하다. 최고 권력은 국민, 그다음이 직접·간접 선출 권력”이라고 발언했다. 내란특별재판부 위헌 논란 관련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 발언을 두고 정치권·법조계 일각에선 삼권분립을 흔드는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문 전 대행은 사법개혁과 관련해 사법부의 참여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 사법개혁 기구에서도 법원은 늘 논의에 참여해 이해관계를 조율해 왔다”며 “사법개혁은 복합 사안인 만큼 일도양단식 결론보다는 본질적 이익을 지키되 비본질적 부분은 타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주재했던 그는 당시 소회를 묻는 질문에 “민주주의가 대한민국에 뿌리내렸다는 게 탄핵 결정의 의미”라며 “정치 문제를 사법으로 가져오면 판결은 필연적으로 정치 논란을 낳는다. 정치의 사법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전 대행은 이 대통령과 사법시험·연수원 동기이며,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를 거쳐 헌법재판관을 지냈다. 헌재소장 권한대행 시절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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