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리 인하 사이클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만기 매칭형 채권 상장지수펀드(ETF)로 조 단위의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금리 향방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만기까지 보유하면 예측 가능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상품의 특성이 부각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노리는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이달 19일 기준 국내 만기 매칭형 채권 ETF 25종의 순자산 총액은 8조 5144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6개월 전(7조 1232억 원)보다 약 1조 3900억 원, 연초 대비는 1조 5090억 원 늘어난 수치다. 만기 매칭형 채권 ETF는 신용도가 높은 국공채·회사채·은행채 등을 만기까지 보유하는 상품이다. 일반 채권형 ETF가 만기가 없어 금리 변동에 따라 가격 등락이 크게 나타나는 것과 달리 만기 매칭형은 투자 시점에 예상 만기수익률(YTM)을 확인할 수 있어 예측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올 하반기 들어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변동 가능성이 커진 만큼 금리 변동성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하면서 예상되는 YTM을 안정적으로 추구하려는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상장된 상품들의 YTM은 평균 연 2.5~2.7% 수준으로, 기준금리 인하 국면에 접어들면서 투자 매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신규 발행 채권금리도 떨어져 전체 시장 수익률이 낮아지는데 이미 높은 금리로 발행된 채권을 담은 ETF는 그만큼 가격이 오르며 투자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특히 만기가 2년 내외로 남은 상품은 이러한 효과가 빠르게 반영돼 투자 매력이 높아진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내년 12월이 만기인 ‘KODEX 26-12 회사채(AA-)’에는 최근 1개월·3개월간 각각 719억 원, 3298억 원이 유입됐다.
만기 이전에도 시장가로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어 금리 변동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부각됐다. 이 때문에 만기 매칭형 ETF는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보수적 투자자뿐만 아니라 고금리 국면에서 이자 수익을 확보하고 금리 인하 시세 차익까지 노리려는 적극적 투자자에게도 매력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박성철 삼성자산운용 ETF운용1팀장은 “최근 미국 금리 인하가 재개되면서 향후 금리가 하락할 것에 대비해 1~2년 만기의 채권을 현재 금리로 확정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일반 계좌뿐 아니라 확정기여형(DC)·개인형(IRP) 퇴직연금과 연금저축 계좌에서도 100% 투자할 수 있어 안정형 자산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에게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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