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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하다… '아시아의 멜팅팟' 홍콩에서 실험하는 그래픽 디자인 융합[디자이너가 만난 디자이너]

<19>홍콩 셩완의 스튜디오 '힉(Hik)' 서희선 디자이너

독일서부터 홍콩까지…예술가와 전시 협업을 통한 디자인 실험 확장

디자이너의 작업 역시 예술가의 작업처럼 존중받는 환경 필요

교육은 ‘가르침’이 아닌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

글로벌 도시 홍콩, 제한적 무대이기에 오히려 더 큰 가능성 있어



서울 종로구의 중심부, 어느 건물 안에서 근무하는 디자이너는 문득 바깥세상에서 일하고 있는 다른 디자이너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각자의 장소와 공간에서 특별한 지금을 보내고 있을 그들과 만나 또 다른 미지의 장소와 공간을 탐험해 보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홍콩 셩완에 위치한 스튜디오에서 서희선 디자이너/사진=구선아 기자




서희선은 홍콩과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2014년부터 지금까지 디자인 스튜디오 ‘힉(Hik)’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그래픽디자인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홍콩침례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그래픽 디자인을 가르치고 있으며, 동시에 홍콩을 대표하는 국제 예술 전문지 ‘ArtAsiaPacific’의 아트 디렉터로도 활동 중이다.

스튜디오 ‘힉(Hik)’은 아시아와 글로벌을 넘나드는 다양한 기관 및 예술가들과 협업해왔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현대카드, 코리아나미술관, M+ 뮤지엄, 타이퀀 컨템포러리, 서호주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예술계가 그 클라이언트다. 디자이너 서희선은 아시아의 중심이자 글로벌 도시 홍콩에서 디자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끊임없이 모색하며 출판, 교육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분야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작업실 이야기


스튜디오 '힉(Hik)'이 위치한 홍콩 셩완의 할리우드 로드/사진=구선아 기자


Q. 스튜디오 ‘힉’ 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처음부터 스튜디오를 열겠다고 계획했던 건 아니었어요. 미국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던 시절, 합격 후 입학까지 공백이 꽤 있었는데요. 마침 기회가 닿아 한국의 영문 신문사에서 디자이너 인턴을 하게 됐습니다. 어떻게 보면 제 첫 직장 생활이었죠. 덕분에 짧은 기간이나마 실무를 접할 수 있었어요. 이후 유학을 마치고는 여러 스튜디오에 지원했는데 딱 한 군데서만 연락이 왔어요(웃음). 독일 스튜디오였는데요. 감사하게도 그곳에서 한국인 아티스트 양혜규 작가님과 함께 일하면서 값진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그 인연이 프리랜서 프로젝트로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독립 스튜디오 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Q. 스튜디오의 ‘힉’이라는 이름이 무척 유니크하게 들립니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에요. 대학교 시절 동기들끼리 서로 이름을 줄여 부르곤 했는데, 제 이름이 희선이다 보니 ‘희’나 ‘선’으로 불려야 했죠. 그런데 당시에 이미 ‘선’으로 불리는 친구가 있었어요(웃음).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희’ 에서 ‘힉’으로 불리게 됐고, 그게 별명처럼 굳어졌어요. ‘힉’이라는 발음은 한글에서 흔히 쓰이지 않잖아요. 그 점이 마음에 들어 스튜디오 이름으로도 사용하게 됐습니다.


스튜디오 '힉(Hik)' 내부 풍경/사진=구선아 기자


Q. 한국에서 활동하시다가 홍콩으로 옮기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어릴 때부터 해외살이에 익숙했던 탓인지 독일에서 돌아와 한국에서 지내던 약 2년 반 동안 다소 답답함을 느끼곤 했어요. 그때 우연히 대학원 네트워크를 통해 홍콩의 한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 교원을 찾는다는 공고를 보게 됐습니다. 교직원 공고는 대부분은 미국 로컬 자리가 흔해서 오히려 홍콩이라는 낯선 장소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죠.
처음에는 ‘한 학기만 해보자’는 마음으로 왔는데 학교 측 요청과 코로나 상황이 맞물리면서 지금까지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됐습니다.

Q. 디자이너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홍콩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서울과 홍콩, 두 도시의 디자인 환경을 비교해 본다면 또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제가 처음 홍콩에 왔을 때만 해도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는 거의 찾아보기가 어려웠어요. 디자인 신이 형성돼있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창업이나 상업 중심으로 흘러가다 보니 그래픽 디자인 분야는 다소 뒤처져 있다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이곳에서라면 내가 도전해 볼 수 있는 것들이 많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8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어요. 학생들을 비롯해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이 많이 등장했고, 스튜디오도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그래픽 디자인에 대한 현지 관심도 예전보다 훨씬 커졌는데요. 예를 들어, 저희가 참여했던 ‘홍콩 아트 북 페어’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시도되지 않았던 행사인데, 지금은 인쇄문화와 독립출판이 주목받으면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요. 디자인 서점이나 아트북 숍도 많이 생겨나고 있어요.
서울은 이미 다양한 층위의 디자인 신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왔지만 홍콩은 아직도 형성되는 과정에 있다고 느껴져요.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많이 열려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Q. 스튜디오 주변에 좋아하는 장소 혹은 추천하고 싶은 보물 같은 곳들이 있다면.
스튜디오가 있는 할리우드 로드 주변에는 작은 골목들이 많아요. 그 뒤편에는 아담한 카페나 차찬탱(茶餐廳, 서양식 요리를 홍콩식으로 재해석해 합리적 가격에 판매하는 로컬 식당), 와인바, 맥줏집 같은 곳들이 숨어 있어서 퇴근 후나 가볍게 한잔하기에 좋습니다. 골목골목을 걸으면서 작은 보물 같은 가게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어요.
휴일에는 주로 바다로 나갑니다. 특히 섬 남쪽의 셰코(Shek O) 비치를 좋아해요. 바비큐도 즐길 수 있고 홍콩의 도심과는 또 다른 풍경을 느낄 수 있거든요.
홍콩의 매력은 바로 이런 다양성에 있는 것 같아요. 빌딩이 빽빽한 도심 속에서 지내다가도 조금만 나가면 산과 바다, 작은 마을을 쉽게 만날 수 있죠. 미니어처 같은 도시라 탐험가가 되어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보면 항상 새로운 장소가 기다리고 있어요.

Q. 그렇다면 홍콩의 아쉬운 점은.

아무래도 가장 먼저 체감되는 건 높은 물가와 임대료예요. 그만큼 작은 책방이나 디자인 관련 행사가 꾸준히 유지되기가 쉽지 않죠. 물론 애써주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규모가 작다 보니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개인 차원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교육적 측면에서도 약간의 아쉬움이 있는데요. 홍콩에는 디자인 전공생이 많지만, 대부분 2년제 프로그램 중심이라 학생들이 ‘생각하는 디자이너’보다는 ‘툴러(tooler)’로 양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과적으로 4년제 교육을 제공하는 곳은 홍콩 폴리텍대학 한 곳뿐인데 예술적 접근과 결합한 커리큘럼 때문에 여전히 교육과 실무 사이의 간극이 큽니다.



◇작업 이야기

Q. 학부 시절과 현재를 비교했을 때 디자이너로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말씀해 주세요.

저는 늘 단순한 결과물보다 그 안에 담긴 의미와 개념에 주목 해왔어요. 학창 시절에도 개념 예술에 관심이 많았고 이를 제 디자인 작업에 어떻게 반영할지 고민하는 학생이었죠.

당시 제가 다니던 대학교에는 미국 칼아츠(CalArts) 출신 교수님들이 많이 계셨는데요. 90~2000년대 서구 디자인 현장을 직접 경험하신 분들이라 새로운 시각과 접근 방식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저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방식을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없을까?”, “새로운 비주얼을 제시할 수 없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기존 틀을 깨려고 노력했어요. 약간 청개구리 마인드가 있었거든요(웃음). 여전히 지금도 정석이라 여겨지는 방식을 재해석하고 변주하는 태도를 게을리하지 않으려 합니다.

Q. 스튜디오 ‘힉’의 운영 방식에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철학이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저는 ‘수평적인 문화’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스튜디오 운영도 최대한 자율성과 독립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각자가 ‘내 것’이라 느끼며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프로젝트일 때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고 믿거든요.

팀원을 채용할 때도 단순히 ‘예쁜 이미지를 만드는 능력’보다 그 뒤에 어떤 생각과 고민이 담겨 있는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요즘 SNS를 보면 AI나 다양한 툴을 활용해 ‘시각적으로 매끈한 결과물’을 만드는 분들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작업에 담긴 개념과 맥락이에요. 작은 점 하나를 찍더라도 ‘왜 이 점을 찍었는가’를 고민할 줄 아는 사람을 원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커뮤니케이션입니다. 프로젝트 일정이 늘 빠듯하기 때문에, 이야기가 잘 통하고 서로의 방식이 맞는 동료가 필요해요. 책임감과 독립성을 가지고 스스로 일을 찾아 수행할 수 있는 능력도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Asian Avant-Garde Film Festival 2025Year: 2025Curators: Silke Schmickl, Eunice TsangArtists: May Fung, Ho Tzu Nyen, Tehching Hsieh, Amar Kanwar, Ali Wong Kit Yi, Chikako YamashiroVenue: M+ Cinema, Hong Kong








Haegue Yang: The Cone of ConcernYear: 2024Editors: Joselina Cruz, Haegue YangTexts: Joselina Cruz, Esther Lu, Leilani Lynch, Daisy Nam, Padmapani L. Perez, June YapPublishers: MCAD, Hatje Cantz


Hyper YellowYear: 2024Artist: Minouk LimVenue: Komagome SOKO, Tokyo, Japan








Q. 지금까지 진행한 여러 프로젝트 중에서 어떤 작업들이 주로 기억에 남는지.

대체로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들은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경험’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요. ‘다양성과 포용’을 주제로 한 전시를 위해 색상 선택부터 점자 인쇄, 온라인 이북의 접근성 기능까지 세심한 장치들을 접하면서 시각장애인 관객의 어려움과 니즈를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고요.

설치미술가이신 임민욱 작가님의 일본 전시를 위해 진행했던 새로운 서체 개발도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한국·일본·중국이 합쳐진 근미래를 상상하며 세 언어의 특징을 융합했는데 다국어를 기반으로 한 언어적 실험을 동시에 시도할 수 있었던 흥미로운 프로젝트였죠.

특히 설치 작업을 진행할 때는 제 디자인 세계관이 한껏 확장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그래픽을 네온사인으로 구현했던 부산 현대 모터 스튜디오 전시장, 렌티큘러 그래픽으로 벽 전체를 채웠던 양혜규 작가님과의 협업 전시 공간은 제게 ‘공간과 시각 언어의 결합’을 마음껏 실험할 수 있었던 연구실이 되어줬죠.

SAD Kitchen: Oi! Guide?A Comfort Food JourneyYear: 2023Artist: Silas FongVenue: Oi!, Hong Kong








Afterimage: New Media Art in China, Hong Kong and TaiwanYear: 2023Curators: Genevieve Trail, Duncan CaillardArtists: CAO Fei, Isaac CHONG Wai, Green Team, Hsin-Chien HUANG, Linda Chiu-han LAl, HAO Jingban, Ellen PAU, WANG Jun-Jieh, YAU Ching, Danny YUNG, ZHANG Peilli, ZHU JiaVenue: Arts West Gallery, University of Melbourne, Melbourne, Australia




Q. 포트폴리오를 보면 상업적인 프로젝트보다는 예술과 관련된 프로젝트들이 주로 눈에 띕니다.

의도적으로 예술 관련 프로젝트를 더 많이 선택하는 편이에요. 이전에 몸담았던 스튜디오도 그런 프로젝트 중심이었고, 예술가들과의 협업이 즐겁거든요. 브랜딩처럼 목적이 뚜렷한 작업도 분명 흥미로운 포인트가 있겠지만, 전시나 예술과 관련된 작업은 예측할 수 없는 세계로 저를 초대해 주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큐레이터나 예술가가 공유하는 인사이트가 제게 새로운 영감이 되곤 하죠.

Q. 그래픽 디자인 외에도 마음이 가는 것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디자인이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웃음). 그래서 그래픽 디자인을 빼놓고 다른 분야를 논할 순 없을 것 같아요. 항상 디자인과 관련된 저의 퍼포먼스 영역을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제 작업이 단순히 인쇄물에 머무르지 않고 ‘퍼포머티브 디자인’처럼 공간이나 공연과 결합해 더 다양한 매체에서 등장 수 있도록 실험적 시도를 해보려고 해요.

요즘은 교육 활동을 통한 배움에서도 즐거움을 얻고 있어요. 혼자 스튜디오를 운영하다 보니 제 생각 속에만 갇히는 느낌이 들어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는데요. 학교에서 학생들과 서로 다른 시각과 삶의 방식을 공유하면서 함께 성장하게 되더라고요. 가르치는 일이 제게는 이제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창구’가 됐어요.

SeMA Omnibus: I Want to Love UsYear: 2024Curator: Yoo EunsoonArtists: GuNa, Kim Kyung Doo, Kim Dong Hyun, Kimsooja, Oksun Kim, Yeju Roh, Let’s Go Body Club, Yong Soon Min, Youngsook Park, Saehoon, Sanghee Song, Shin Mijung, Inhwan Oh, Yun Suknam, Woosung Lee, Wonho Lee, Eunhee Lee, Leeje, Jeeyang Lee, Jeeyang Lee, Lim Sunhee, Jang Pa, Nahwan Jeon, Jung Kangja, siren eun young jung, Joo Hwang, Choi Byungso, Taeyoon Choi, Soun Hong, Zach Blas, Johanna Hedva, Raed Ibrahim, Jin MeyersonVenue: Buk-Seoul Museum of Art, Seoul, Korea






Q. 한국과 홍콩 클라이언트, 작업 환경에 있어 눈에 띄는 차이점이 있다면.

확실히 한국에서는 프로젝트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에요(웃음). 요청이 갑작스럽게 들어오거나 일정이 촉박한 경우가 많아서 처음에는 신선하게 느껴졌지만 때로는 지치기도 했죠. 대신 그만큼 작업에 더 집중하게 되고, 효율적으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반면 홍콩은 연락이 3~6개월 전에 오는 경우가 많고, 전반적으로 여유로운 편입니다. 또 클라이언트가 디자이너를 아티스트처럼 존중해 주고 충분히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많아요.




◇앞으로의 이야기

스튜디오 '힉(Hik)' 로고/사진=구선아 기자


Q, 디자이너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홍콩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홍콩은 디자인 신의 규모가 아직 크지 않고 수요도 제한적이지만, 굉장한 잠재력을 가진 도시라고 생각해요. 홍콩 자체는 작은 무대일지라도 영어가 통용되는 곳이라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요소가 무궁무진합니다. 제한적인 환경이 오히려 다양한 형태의 기회를 만들기도 하죠. 이미 로컬에서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무대와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저는 과거 해외 유학파 출신 디자이너들이 주도했던 한국 디자인 신의 빠른 변화를 목격했기 때문에, 홍콩에서도 앞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지 무척 기대됩니다.

Q. 글로벌 무대를 꿈꾸는 (예비)디자이너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쓰고 해외 경험을 해왔기 때문에 조금 더 용기 내기가 수월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능력이나 영어 실력과 상관없이 직접 부딪히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은 훗날 개인에게 분명한 자산이 됩니다. 여행을 하거나 새로운 환경에 나를 놓아두면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또 얼마나 다양한 삶이 있는지 깨닫게 되죠.

또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아는 거예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방식으로 살고 싶은지를 알아가는 과정이 결국 개인의 디자인 아이덴티티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듭니다. 제자리에서만 머문다면 자신을 충분히 알기 어려워요. 여러 가지 도전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삶을 스스로 디자인할 수 있는 힘을 기르세요.

Q. 스튜디오 ‘힉(Hik)'의 앞으로의 여정이 궁금합니다. 훗날 다른 도시나 국가로 활동 범위를 확장할 가능성도 있으신지.

사실 언제든 다른 미지의 세계를 경험해 보고 싶은 마음은 늘 있죠. 다만 지금 당장은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최근에는 아시아 권역에서 활동하는 것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다른 문화권에서 살면서 인종 차이로 인한 불편함을 종종 느꼈는데 홍콩에서는 그런 부분이 상대적으로 적어 안정감이 들어요(웃음). 특히 요 근래에 아시아에서 흥미로운 이벤트가 많아서 그 흐름의 일부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앞으로도 꾸준히 디자인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활동들을 이어갈 생각이에요. 특정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기보다는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우연이나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기회 속에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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