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등하는 부동산 시장 상황을 틈타 편법 증여와 양도·소득세 회피 등 부동산 거래 관련 탈세 행위가 꾸준히 발생하는 가운데, 서울 한강벨트와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 구매자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한 결과 탈세 혐의가 있는 104명이 발각됐다.
1일 국세청은 소득·재산 등을 따져봤을 때 자력으로는 취득이 어려운 서울 소재 재건축 예정 초고가 아파트를 구매한 혐의자 104명에 대해 탈세 혐의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7일 부동산관계장관회의 후속 조치로,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시장 과열 지역에서 지난해 거래된 30억 원 이상 초고가 주택에 대해 전수 검증을 거쳐 자금출처가 의심되는 탈세 혐의자를 1차 선별한 것이다.
이날 국세청이 밝힌 혐의자 A씨의 사례를 보면, A씨는 20대 취업 준비생 신분으로 소득이 전혀 없음에도 서울의 수십억 원대 아파트를 취득했다. 강남 지역 약 60억 원대 아파트를 구매하면서 30억 원 넘는 대출도 일으킨 것으로 확인된다.
또한 A씨의 부친 B씨는 A씨가 아파트를 취득하기 직전 보유하고 있던 주택을 수십억 원에 매각했으며, 비슷한 시기에 해외주식을 팔아 수십억 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그러나 A씨는 증여세를 전혀 신고하지 않았다. 이 혐의자의 부모는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로 확인됐다. 이들은 사업소득, 임대소득으로 매년 수억 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으며, 백억 원 대의 재산을 예금과 상가 등으로 보유하면서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다.
국세청은 A씨의 아파트 취득자금 원천과 B씨의 주택·해외주식 매각자금 사용처에 대한 거래내역 등을 검증할 예정이다.
박종희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을 틈타 편법 증여, 양도소득세 회피 등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탈세 행위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현금 부자인 '부모 찬스'를 통해 주택 취득 자금을 증여받아 대출 규제를 피하고 세금도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형태가 확인되고 있으며, 가짜 거래를 만들어 비과세 혜택을 받는 등 탈세 수법 또한 지능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부모에게 주택취득자금을 편법으로 지원 받아 고가주택을 취득한 혐의가 있는 30대 이하 연소자의 자금출처도 검증할 예정이다. 고가 주택 취득을 위한 종잣돈으로 활용하기 위해 고액 전세금을 편법 증여받거나, 뚜렷한 소득 없이 고액 월세를 낸 혐의자도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월세를 1000만 원 이상 내고 있는데 소득이 전혀 없는 30대 법인사업자 사례도 이번에 포착됐다.
국세청은 이밖에도 고가주택을 취득한 외국인의 국내 소득·대출, 해외 송금액 등을 분석해 취득 자금이 부족한 외국인도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2주택자가 친척·지인 등에게 주택 한 채를 서류상으로만 허위 이전한 뒤 양도차익이 큰 다른 한 채를 1세대 1주택 비과세로 신고하는 수법인 '가장매매' 탈세 의심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박 국장은 "앞으로 초고가 주택 거래 및 외국인·연소자에 대한 전수 검증을 이어나가 향후 추가 분석이 마무리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조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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