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여성 사업가가 약 55억 파운드(한화 약 10조 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 가상자산 사기 사건의 주범임을 인정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BBC, AFP,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사업가 지민 치안(Zhimin Qian·47)은 이날 영국 런던 사우스워크 크라운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비트코인 사기 사건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며 유죄를 시인했다.
◇12만여 명 피해, 8조 원대 ‘폰지 사기’
보도 내용을 보면 치안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에서 금융기술, 암호화폐, 스마트 노인케어 등을 내세워 연 100~300%의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투자 상품을 홍보하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이는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이른바 ‘폰지 사기’ 수법으로, 돌려막기식 다단계 금융사기의 전형이었다. 이 과정에서 12만 8000명 이상의 피해자로부터 약 430억 위안(약 8조 4700억 원)을 끌어모은 뒤 이를 비트코인으로 바꿔 은닉·세탁했다. 피해자 대부분은 50~70대 중장년층으로 알려졌다.
그는 회사를 설립해 실소유주로 활동하며 가상자산 거래 계정을 열었다. 하지만 2017년 중국 정부가 가상자산 거래를 불법화하자 위조 서류와 카리브해 섬나라 세인트키츠네비스 여권을 사용해 중국을 떠나 영국으로 도피했다. 이후 영국 런던에서 고급 부동산을 매입 시도 등 자금 세탁을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공범도 실형… 압수된 비트코인만 6만 개
치안의 범행을 도운 공범 원 줸(43)은 지난해 영국 법원에서 징역 6년 8개월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비트코인 150개가 담긴 암호화폐 지갑 이동을 도운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경찰은 7년에 걸친 수사 끝에 치안의 유죄 인정을 받아냈으며 수사 과정에서 무려 6만 1000개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압수했다. 당시 시가로 약 50억~55억 파운드(약 9조~10조 원)에 이르는 규모로 현재 영국 정부가 보유한 공식 가상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런던 경찰청은 이 사건을 “영국 역사상 최대 규모이자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가치가 큰 가상자산 범죄 사건 중 하나”라고 했다.
◇황당한 개인적 기록도 공개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경찰이 확보한 치안의 디지털 일기에서 이색적인 기록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그는 티베트 불교 최고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로부터 ‘환생 여신’으로 임명받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내며 크로아티아·세르비아 접경 지역의 ‘리버랜드’라는 초소형 독립국에 자신의 왕국을 세우겠다는 계획도 담았다. 불교 사원 건립, 공항·항구 건설, 500만 파운드(약 94억 원) 규모의 왕관 제작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었다.
한편 치안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했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게임·쇼핑·비트코인 거래에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선고 예정
치안에 대한 최종 형량 선고는 오는 11월 10일 영국 법원에서 내려질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고령층을 겨냥한 초대형 ‘폰지 사기’와 막대한 암호화폐 자산이 얽힌 만큼 선고 결과에 따라 전 세계 가상자산 범죄 대응 방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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