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장기화로 이색 군 부대가 등장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북한이 열병식에서 선보인 트랙터와 모터사이클을 활용한 부대가 대표적이다. 최근엔 러시아군과 우크라이군이 드론(무인기)공격을 회피하기 위해 빠른 기동력을 갖춘 ‘오토바이 부대’까지 창설했다.
미국 민간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가 발표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군 오토바이부대는 평야 지형을 활용해 우크라이나군이 설치한 장애물을 우회하며 보병 수송을 담당하거나 기만 작전 또는 정찰 활동에 동원되고 있다. ISW는 “러시아군의 오토바이 부대 전술은 향후 타국과의 전쟁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현대판 기병대로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발맞춰 우크라이나군도 일명 ‘스칼라’라고 불리는 자국 최초의 ‘오토바이 돌격 중대’를 공식 출범시켰다. 이 부대는 오프로드용 오토바이와 사륜 바이크를 타고 적진으로 빠르게 돌파해 공격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우크라이나군은 부대 창설 배경에 대해 “기동성과 전투 작전의 효율성을 높이고 전장 상황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현대식 기병대’를 보유하게 됐다”고 밝혔다.
오토바이 부대의 돌격 전술 관련 영상과 훈련 사진을 보면 임무 수행 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 각 오토바이에는 운전수와 사수 2인 1조로 오토바이에 탑승해 이동하면서 사격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동 중 사격이 쉬운 AKS-74U 돌격소총으로 무장하고 있다.
사실 오토바이 돌격 전술은 1차 세계대전에도 활용됐을 정도로 역사가 있는 작전 방식이다. 2000년대 들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지상 병력에겐 각종 최첨단 무기는 의미가 없고 오직 오토바이의 빠른 속도와 기동성만이 공포의 대상인 드론을 회피하는 데 가장 큰 효과적인 보호 장비일 뿐이다.
실제 지난 4월 러시아군은 도네츠크 지역 포크롭스크 전선에 있는 우크라이나군 진지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감행할 때 수많은 오토바이가 동원됐다. 당시 240명의 군인과 20대 장갑차 그리고 100대에 이르는 오토바이를 잃었다.
1차 세계대전에서 활용할법한 오토바이 부대의 부활에 이어 이번에는 고대 시대에 나올법한 기마부대까지 등장해 전 세계가 다시 한번 놀라고 있다. 러시아군이 전쟁 막바지 우크라이나군의 거센 공세로 교착 상태에 빠진 와중에 최전방 길목에서 군마를 투입해 기마 부대 훈련을 시작한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 10월 1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주요 전선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제51군 제9여단 소속 특수부대 ‘스톰’ 지휘관이 기마 돌격팀과 훈련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친러시아 군사 블로거 세묜 페고프가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널 ‘워 곤조’(War Gonzo)에 올라온 영상에는 러시아 군인들이 말을 타고 들판을 질주하는 장면이 담겼다.
영상 속 병사들은 말 한 마리에 두 명이 ‘2인 1조’로 올라타 한 명은 말을 몰았다. 다른 한 명은 공격을 준비하고 머리 위로는 원격 조종 드론이 동행했다.
페고프는 “이번 훈련이 병사와 말 모두를 단련하려는 취지로 특히 말이 전장에서 총성과 폭발음에 놀라지 않게 하려는 목적”이라며 “말은 야간 시력이 좋고 마지막 돌격 시 도로가 필요하지 않고 본능적으로 지뢰를 피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공격과 지뢰, 포격 능력 강화에 맞서 러시아군이 70년 만에 전통 기병대를 부활시켜 전장에 투입한 것이다. 21세기 현대전에서 말이 다시 전투 수단으로 돌아온 셈이다.
일각에선 기마부대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드론 위협을 피하기 위해 편성한 오토바이 부대를 대체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토바이 부대 공격 전술이 생각과 달리 병사 대부분은 목표 지점에 이르기도 전에 전사하면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 타임스는 “‘비정규 전술’이라 할 수 있는 이번 시도는 과거 회귀가 아니라 전장의 현실에 따른 전술적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기마 돌격조는 정찰과 기습 공격, 보급 지원 등 차량 투입이 어려운 지역에서 작전을 수행한다. 사실 말을 활용한 군사 작전은 러시아만의 특수 사례가 아니다. 폴란드는 벨라루스 국경 습지대에서 말을 이용해 순찰을 수행한다. 공개되지 않지만 미국과 독일, 중국 등도 정찰과 은밀 침투 작전에 제한적으로 기병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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