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화학상은 새로운 형태의 분자 구조인 '금속-유기 골격체(MOFs·MetalOrganic Framework)'를 개발한 3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이들이 개발한 ‘금속-유기 골격체’는 기후위기를 극복할 열쇠로 주목 받는 ‘이산화탄소 포집’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혁신적 기술로 여겨진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8일(현지시간) 2025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스스무 기타가와(74) 일본 교토대 명예교수, 리처드 롭슨(88) 호주 멜버른대 교수, 오마르 야기(60) 미국 버클리대 교수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3인의 연구는 원자와 분자가 결합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확장해, 인류가 원하는 성질의 물질을 설계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고 판단했다.
이산화탄소만 ‘쏙쏙’ 흡착하는 필터…기후위기 극복 열쇠로 주목
이번 노벨 화학상 수상자들이 개발한 ‘금속-유기 골격체’는 금속 이온과 유기 분자를 결합해 형성한 다공성 결정 구조를 갖는다. 금속 이온은 긴 유기(탄소 기반) 분자에 의해 연결되고, 그렇게 결합된 구조에는 커다란 공동이 생긴다. ‘금속-유기 골격체’는 이러한 구조 때문에 물질의 표면적이 넓어 다른 분자들과 더 많이 반응할 수 있고, 여러 분야에 이용될 수 있다. 특히 ‘금속-유기 골격체’는 이산화탄소 포집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구조는 공기 중 섞여 있는 여러가지 기체 분자 중에서도 이산화탄소 분자만을 선택적으로 흡착할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만 빨아들이는 필터’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렇게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저장하거나 화학 반응을 통해 연료나 화학 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다.
‘금속-유기 골격체’를 활용하면 공기 중 수분을 흡수해 식수로 바꾸는 일도 가능하다. 오마르 야기 교수는 아프리카 사막 지역에서 이같은 실험을 적용한 바 있다. 이러한 기능은 기후 변화로 물 부족이 심한 지역에서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같은 원리로 유해가스나 미세먼지, 메탄 등 온실가스 제거 필터로도 응용 가능하다.
롭슨이 발견하고 기타가와·야기가 완성한 MOFs…노벨 위원회 "무수한 기회 제공"
이같은 성과는 세 과학자의 장기간에 걸친 연구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만들어낸 결과다. 먼저 롭슨 교수는 1980년대 후반부터 금속 이온과 유기 리간드가 결합해 3차원 격자를 이루는 구조체를 실험적으로 구현했다. 하지만 롭슨 교수의 분자 구조는 불안정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기타가와 교수와 야기 교수는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며 ‘금속-유기 골격체’를 확고하게 완성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기타가와 교수는 우선 롭슨 교수가 개발한 구조체가 ‘빈 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금속-유기 골격체’ 내부에 미세한 구멍을 만들고, 구멍 안으로 기체가 드나들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기존 고체 물질은 밀도가 높아 내부 공간이 거의 없었지만, 기타가와는 ‘공간을 가지는 고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다공성 물질 연구의 문을 연 것이다. 야기 교수는 다양한 금속과 유기 분자를 조합해 수천 가지의 ‘금속-유기 골격체’를 합성했다. 이를 통해 기체 저장, 수분 회수 등 실용적 기능을 구현해냈다. 노벨위원회는 ”금속-유기 골격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새로운 기능을 가진 맞춤형 소재에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무수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들은 메달, 증서와 함께 상금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6억5500만원)를 3분의 1씩 나눠 갖는다. 상금은 스웨덴 과학자 알프레드 노벨이 남긴 유산을 투자한 금액으로 시상식은 오는 12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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