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이 올해 대만의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5% 중반대로 전망했다. 3% 내외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을 뛰어넘는 성과다. 반면 올해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1%대에 턱걸이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해외 주요 IB 8곳이 제시한 대만의 올해 평균 경제성장률은 5.3%였다. 8월 말 평균치인 4.5%보다 0.8%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대만 통계청이 최근 제시한 올해 성장률 예측치 4.45%보다도 높은 전망치다.
8곳의 IB 중 대만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상향조정한 곳은 5곳에 달했다. 노무라는 8월 4.6%를 제시했으나 9월에는 6.2%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같은 기간 JP모건도 5.8%에서 6.1%로 올렸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메릴린치는 3.5%에서 5.2%로, 씨티는 3.5%에서 4.4%로 올려잡았다. HSBC의 전망치는 3.3%에서 5.7%로 바뀌었다. 기존 전망치를 유지한 바클리, 골드만삭스, UBS 모두 5%대 성장률을 내다봤다.
이처럼 IB들이 대만의 경제 성장을 긍정적으로 재평가한 것은 반도체 경기가 당초 예상보다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은 세계적인 인공지능(AI) 붐과 고성능 반도체 수요 증가 속에 파운드리 업체인 TSMC를 중심으로 반도체 수출을 크게 늘리고 있다. 8월에는 월간 수출액에서 처음 한국을 앞서는가 하면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 8% 상승하는 등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반면 해외 주요 IB들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1.0%로 간신히 0%대를 면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JP모건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에서 0.9%로, HSBC가 0.7%에서 0.9%로 각각 상향 조정했지만, IB 8곳의 평균치는 바뀌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만의 올해 1인당 GDP(3만 8066달러)는 22년 만에 한국(3만 7430달러)을 추월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인당 GDP 4만 달러 시대도 대만이 한국보다 먼저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