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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미 칼럼] 양극화 부추기는 부동산 정책, 발상 전환 필요하다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최근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빠르게 상승하는 반면 지방은 하락세를 지속하며 양극화가 뚜렷하다. 사실 서울과 지방 간 부동산 양극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부동산원이 2017년 11월을 100으로 설정해 산출하는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 지수는 올 7월 서울 183.8, 지방 105.2로, 2017년 11월 이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83.8%)이 지방(5.2%)의 16배에 달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서울 내 자치구별 부동산 가격 격차도 커졌다. 올해 성동구의 아파트값은 12% 상승한 반면 도봉구는 0%대에 그쳤다.

이런 부동산 양극화는 자산 불평등으로 직결될 수 있어 특히 위험하다. 지난해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한국 가계 자산의 75.2%가 부동산 등 실물 자산에 쏠려있다. 더욱이 부동산은 담보대출이라는 지렛대를 활용할 수 있어 불평등을 가속화한다. 주택 보유자는 주택 가치가 높을수록 담보대출을 통해 다른 부동산이나 금융 자산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는 반면 무주택자는 이런 기회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되기 때문이다. 결국 부동산 자산 격차가 대출 여력의 차이로, 다시 투자 기회의 차이로 이어지며 자산 불평등이 확대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통계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순자산 지니계수는 주택 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0.584에서 0.612로 상승했고, 같은 기간 중 순자산 상위 10% 가구가 전체 가계 순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1.4%에서 44.4%로 높아졌다. 이런 자산 불평등의 확대는 부의 대물림을 심화시켜 경제의 역동성을 떨어뜨리고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한다. 따라서 부동산 양극화 해소는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 목표가 돼야 한다.

하지만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우선 주택 담보대출 규제 강화는 자산은 적지만 소득은 높은 청년들의 내집 마련 기회를 가로막는 반면, 대출이 필요 없는 현금 부자들의 우량 부동산 매입을 더욱 손쉽게 할 수 있게 한다. 2017년 다주택자 규제 강화로 촉발된 ‘똘똘한 한 채’ 현상은 이번 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달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공급 대책은 서울 핵심지의 구체적인 주택 공급 계획이 미비해, 대책 발표 이후 이 지역으로 수요가 집중되며 집값 상승이 두드러졌다.



또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부동산 매수·보유 관련 세부담 증대는 주택 수요를 줄이는 효과가 있으나 장기적으로 민간의 주택 공급을 더 크게 위축시켜 주택 가격을 상승시킨다. 만약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세제 카드’까지 꺼낸다면 무주택자의 주택 구매 기회는 더욱 줄어드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부동산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먼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개선 등을 통해 서울 핵심지에 재개발·재건축을 적극적으로 유도함으로써 주택 공급을 실질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세율을 완화하고 종합부동산세를 주택 수가 아닌 주택 가액 기준으로 개편하는 등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똘똘한 한 채’ 현상을 진정시키고 임대차 시장 안정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청년층의 주거 사다리 복원도 시급하다. 소득이 높은 청년들은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해 주택 구매 기회를 확대하는 한편, 저소득 청년들에게는 지분적립형 주택을 공급하거나 공공임대와 연계된 저축 인센티브를 설계해 자산 형성의 기회를 늘려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수요 정책은 억제보다 분산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인구 감소를 고려하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일자리와 교육 환경, 편의 시설 등을 고루 갖춘 지방 거점 도시를 전략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결국 단기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핵심지 공급 확대, 시장 기능 정상화, 미래 세대 지원, 그리고 지방 거점 육성이라는 긴 호흡의 일관된 정책만이 부동산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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