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교황대사관이 새 보금자리 마련에 나섰다. 주한 교황대사관은 15일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26길 19의 대사관 부지에서 신축 기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공사 기간은 약 16개월로, 2027년 1월 완공을 목표로 한다.
이날 기공식에는 주한 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을 비롯한 주교단과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회장단 등이 참석했다.
이용훈 주교는 “1965년에 완공된 대사관 건물은 60년이라는 오랜 세월이 지나 보수와 관리에 한계가 있었다”며 “새 대사관을 짓게 돼 기쁘기 그지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기공식을 통해 새로운 건물이 순조롭게 지어지고, 대한민국과 교황청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다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는 “새로운 주한 교황대사관 건물 공사의 시작을 알리는 뜻깊은 기공식을 마련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인사하며 “이곳은 한국에서 ‘교황의 집’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서울의 역사와 아름다움이 깃든 곳에 교황대사관이 들어서게 되어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이곳이 평화와 발전을 위한 만남과 대화의 장소가 되고, 한국과 교황청 간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상징이 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건축위원회 이경상 주교는 경과보고를 통해 “기존 건물이 낡고 협소해 2024년 10월 신축 설계에 착수해 12월 교황청에 설계안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새 대사관은 (주)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가 설계를 맡고, (주)평화종합건설이 시공한다. 대지면적 2,353.1㎡, 연면적 2,063.76㎡ 규모로 지하 1층, 지상 3층에 지어진다. 지하는 문서고와 기계실, 1층은 대사관 메인홀과 수녀원 부속시설, 2층은 업무 공간·성당·리셉션 다이닝, 3층은 대사 관저·라이브러리·게스트룸으로 구성된다.
설계를 맡은 간삼건축 진교남 부사장은 “교황청이 추구하는 평화, 대화, 연대의 정신을 건축으로 구현하고자 했다”며 “성스러움과 품격을 담으면서도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형태로 지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대사관과 수녀원, 미사 공간이 빛과 녹음으로 연결되며, 각 공간이 하나의 순례 동선처럼 이어지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민국과 교황청은 1963년 정식 수교를 맺은 이후 현재까지 긴밀한 교류를 이어왔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84년과 1989년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에 방한했을 때 모두 현 교황대사관에 머물렀다. 오는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 때 방한할 예정인 레오 14세 교황도 새로 완공된 교황대사관에 머물 계획이다.
현재 주한 교황대사관은 공사 기간 동안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 옴니버스파크로 임시 이전해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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