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렉서스 마스터즈에서 투어 데뷔 18년 만에 생애 첫 우승을 달성한 김재호의 골프채에는 특별한 부분이 있다.
바로 그립이다. 김재호는 국내 투어 선수 중 유일하게 골프클럽에 ‘가죽 그립’을 끼워 사용하고 있다. 가죽 그립은 이제는 골프박물관에서나 구경해야 할 판이다. 김재호가 가죽 그립을 사용하는 이유는 뭘까. 김재호는 “원래 손에 땀이 많이 난다. 장갑을 몇 개씩 가지고 다녔다”면서 “가죽 그립을 사용했더니 미끄러지지 않아 사용하게 됐다”고 했다.
김재호는 가죽 그립을 생산하는 호주 업체(그립마스터)에 직접 연락해 그립을 구매한다. 이 업체는 소, 양, 캥거루 가죽 등으로 그립을 제작한다. 드라이버용 가죽 그립은 빙글빙글 감는 스타일이고, 아이언용 가죽 그립은 뒤에서 가죽 끈으로 엮는 형태다. 그렇다고 수작업으로 직접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얇은 고무 위에 가죽 그립이 미리 형태를 갖추고 있어 일반 그립처럼 샤프트에 밀어서 끼우는 ‘슬립온’ 스타일이다.
가죽 그립이라 아무래도 비용 부담이 클 수 있다. 김재호는 “비싸긴 한데 내구성이 우수하다. 한 번 교체하면 1~2년은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43세 9개월에 첫 우승을 달성해 KPGA 투어 역대 최고령 첫 우승 기록을 작성한 김재호는 “원래 PGA 챔피언스 투어로 가는 게 목표였는데 퀄리파잉스쿨이 없어져서 그건 좀 어려워지긴 했다. 목표는 죽을 때까지 오래 골프 선수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질긴 가죽 그립을 사용하는 선수다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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