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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부처상 까보니 7억 금괴…'김치 프리미엄' 노린 金 밀수꾼 재등장

특송·환승 경로로 소량 분산

'김치프리미엄' 때 밀수 활발

관세청, 홍콩·일본 공조 확대





올해 초 홍콩발 비행기에서 내린 중국인 남성의 몸에서 뜻밖에 은빛 부처상 다섯 개가 발견됐다. 겉만 은으로 도금했을 뿐 안에는 총 7억 4000만 원 상당의 4.1㎏ 금덩이가 숨겨져 있었다. 또 다른 대만인은 금 1㎏을 고리로 만들어 목걸이처럼 걸거나 캐리어 바퀴 속에 끼워 세관 검색대를 통과하려 했다. 이보다 더 대담한 조직은 83㎏ 분량의 금을 찰흙처럼 반죽해 몸에 밀착시킨 채 홍콩에서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빼돌리려다 국내 경찰과 관세청에 덜미를 잡혔다.

국내 금 시세가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밀수꾼들도 기상천외한 수법과 함께 고개를 들고 있다. 2일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7건(31억 원)의 금 밀수입이 한국 관세청에 적발됐다. 2022년 이후부터 연도별로 4건-2건-3건으로 사라지는 추세를 보였지만 최근 다시 증가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올해 밀수입 출발국을 보면 홍콩이 5건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을 경유해 다른 나라에 금을 보내는 ‘밀반송’은 2023년 1건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다 2년 만에 다시 출현했다.

밀수꾼들은 주로 특송·우편·일반화물을 노려 팔찌나 목걸이 같은 형태로 금을 위장 반입한다. 몸에 직접 금을 숨겨 옮기는 경우도 물론 비일비재하다. 밀반송은 운반책이 공항 환승장에서 제3국으로 출국하는 또 다른 사람에게 금을 넘기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처럼 한국을 환승지 삼는 경우는 주로 일본의 소비세(10%)를 탈루하려는 목적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한 귀금속 유통업자는 “한국 세관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예전처럼 대량으로 금을 들여오는 사례는 거의 사라졌지만 대신 소량·고빈도로 운반하거나 신체 밀착형으로 위장해 탐지를 피하는 방식이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과정에서 일반인이 하위 운반책으로 밀수 작업에 연루될 위험도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밀수 조직이 ‘세관 직원들까지 매수돼 입국에 문제가 없다’고 속여 일반인을 안심시킨 뒤 공짜 여행을 미끼로 범행에 끌어들인 경우도 있었다. 밀수꾼들에게는 당국의 눈을 피할 수 있는 위험 분산 수단인 셈이다. 관세청 측은 “무료 항공권 제공에 현혹돼 금을 단순 운반하는 경우에도 밀수입죄로 처벌받을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국내외 금값 격차가 벌어지는 일명 ‘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심화될 때마다 차익을 노린 소규모 밀반입이 기승을 부린다고 본다. 금 밀수는 통상 국내 시세가 국제 시장에서보다 높은 시기에 활황을 이룬다. 연간 기준 수천억 원 규모에 달하는 금 밀수가 적발됐던 2017년부터 2021년 사이의 시기가 대표적이다. 한국이 그간 상대적으로 ‘금 밀수 안전국가‘로 인식돼온 점 역시 범행에 악용돼왔다.

최근 국내외 금 시세 격차는 일시적으로 해소된 상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국내 금값은 g당 18만 8750원 선에서 형성됐다. 같은 달 15일 역대 최고치인 22만 7000원을 기록한 뒤 소폭 안정된 수치다. 국제 시세와의 차이도 현재 2% 수준까지 떨어졌다. 다만 투자 수요 흐름에 따라 언제든 가격 차가 다시 벌어질 수 있는 환경이라 밀수꾼들이 한국을 노릴 불씨가 남아있다는 분석이 많다. 국내외 금값 격차는 올해 2월과 10월 한때 20% 선까지 치솟았다.

관세청은 홍콩·일본 세관과의 실시간 정보교환 공조 체계를 확대하며 대응 강도를 높이고 있다. 홍콩 세관과는 4월 금괴 밀수 차단을 위한 협력 회의를 열기도 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9월 홍콩 세관이 공유한 정보를 통해 금괴 의심 여행자 정보를 핫라인으로 수신해 입국 단계에서 즉시 검사한 바 있다”며 “3월에도 일본 측이 조사 중인 금 밀수 사건과 관련해 회신하는 등 국제 공조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독] 은빛 부처상 속에 7억 금괴가…사라졌던 밀수꾼들 다시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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