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내수 침체 장기화로 인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소비·투자와 함께 경제 3대 축으로 버텨온 수출마저 휘청이고 있다. 무역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으로의 수출 감소에도 버팀목이 됐던 유럽연합(EU),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등으로의 수출까지 줄면서 10월 수출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미중 정상의 합의로 ‘상호 조치 중단’을 통한 휴전이 1년 연장됐지만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을 위한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으로의 수출 규모는 전년 동월 대비 25.2% 줄며 7개월 연속 두 자릿수 감소세를 이어갔다. 미국의 고율 관세의 영향과 함께 지난달 증폭된 무역 갈등의 영향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데이비드 취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10월의 갑작스러운 수출 감소는 높은 관세와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으로 인해 중국의 대외 회복력이 흔들리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10월 미국향 수출은 전월(-27%) 대비 소폭 개선됐지만 미국의 감소 폭을 다른 국가나 지역이 상쇄하며 전체 수출 증가율이 8.3%를 기록했던 9월과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전기차·농축산물 등을 놓고 무역 분쟁을 이어온 EU로의 수출이 9월 14% 증가에서 10월에는 0.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아세안 국가로의 수출도 9월에는 16% 확대됐지만 지난달에는 8.9%로 증가 폭이 둔화됐다. 9월 수출 증가율이 56%에 달했던 아프리카 역시 10월에는 10.5%에 그쳤다. 이 밖에 러시아(-22.7%), 일본(-5.7%), 한국(-13.1%) 등 주요 국가로의 10월 수출 규모도 1년 전에 비해 축소됐다.
블룸버그통신은 “미중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로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0%포인트 인하하기로 하면서 연말까지 중국의 수출은 다소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중국산 제품의 관세가 베트남과 같은 국가의 제품에 대한 관세보다 여전히 높기 때문에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짚었다.
중국 입장에서는 수출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내수 활성화에 힘을 기울여야 하는 만큼 경기 부양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점쳐진다. 로이터통신은 리창 총리가 이달 5일 상하이 국제수입박람회에서 중국 경제 규모가 2030년까지 170조 위안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지만 불충분한 내수가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직까지 중국 당국은 대규모 경기 부양책에는 회의적인 입장이지만 지방정부 등에서 소비쿠폰이나 보조금 등을 통한 지원이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연내 통화 완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호워이첸 UOB 경제학자는 “미국의 금리 인하와 중국의 디플레이션 압력을 감안하면 인민은행이 4분기에 금리 인하 여지를 마련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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