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코스피 상장 기업들의 이익이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이전에 자본시장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최근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넘어선 코스피 지수가 5000을 향해 추가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장기투자 인센티브, 모험자본 공급, 퇴직연금 투자 확대 등 정책적 과제들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이에 더해 첨단 산업 지원, 국내 투자 활성화, 산업 정책 등이 ‘오천피(코스피 5000)’ 도약을 위한 핵심 동력으로 지목됐다.
11일 한국거래소는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코스피 5000 시대 도약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 학계, 연금, 외국계, 법무법인, 컨설팅 기관 등 다양한 시장 관계자들이 참석해 현 시장 상황 진단과 정책 제언, 밸류업 프로그램의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내년 이익이 정점을 찍기 전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느냐가 ‘코스피 5000’ 도약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반도체 업황은 2027년까지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지만, 코스피 전체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내년을 고점으로 완만한 둔화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됐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업종의 주가는 이미 미래 이익 성장 기대를 상당 부분 선반영하고 있다”며 “2027년 반도체 업종의 이익이 고점을 찍고, 내년부터 다른 업종의 이익 성장세가 둔화되기 시작한다면 주가 상승세도 내년쯤 피크아웃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의 반도체 모멘텀이 둔화되기 전, 즉 내년 상반기까지 주요 정책이 속도감 있게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센터장은 △장기보유 주주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 도입 △혁신·비상장기업에 대한 프리IPO(상장 전 투자) 및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를 핵심 과제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향후 1~2년이 코스피의 구조적 체질을 바꾸는 ‘정책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우리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 규모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빠르게 늘어났으며, 최근 한미 관세 협상에 따라 그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며 “국내 설비투자가 해외로 이전되면 잠재성장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잠재 성장률 추락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내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정책적 대응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인공지능(AI) 시대에는 국가가 산업정책·금융시스템에 직접 관여하는 ‘국가 자본주의’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며 “제도적 기반도 중요하지만, 결국 주가는 기업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좌우하므로 산업정책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스마트폰·2차전지 분야의 밸류체인(공급망)은 이미 중국이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도 나온다”며 “미국이 중국 공급망을 제재하는 작금이 산업·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릴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정부의 지배구조 개선 정책과 연계한 향후 추진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제도 설계 시 고려할 사항과 함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황 연구원은 “주주총회 집중일 조정, 사업보고서 제출 시점 개선, 의무공개매수 제도 정비, 기관의 스튜어드십 코드 등록·이행 점검 강화, 의결권 행사 비교 공시 등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거래소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 대전환과 연계해 AI·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거래시간 연장 등 제도 개선을 통해 자본시장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와 토큰증권(STO) 시장 개설 등 자본시장 패러다임 변화에도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밸류업 프로그램 역시 기업이 합리적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주주가치 존중 문화를 정착할 수 있도록 지속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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