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자동차가 북미에서 첫 차량용 배터리 공장을 가동하면서 100억 달러(약 14조 7000억 원) 규모의 대미 추가 투자를 발표했다. 지역 경제 기여를 부각시켜 “미국 제조업 강화에 동참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대응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도요타는 12일(현지 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리버티에서 배터리 공장 개소식을 열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 공장은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제 혜택을 활용해 2021년부터 약 139억 달러(약 20조 5000억 원)를 들여 지은 시설로, 도요타가 미국 내에서 차량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 14개 생산라인을 갖춘 공장은 미국에서 만드는 하이브리드차(HV),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V), 2026년 생산 예정인 신형 전기차(EV)에 배터리를 공급할 계획이다. 올 6월부터 출하를 시작했으며 2034년까지 EV 기준 연간 40만~50만 대 분량의 배터리를 생산하고 최대 5100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도요타는 향후 5년간 미국에 최대 100억 달러를 추가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일본 완성차 업체가 발표한 투자액 중 최대 규모다.
이번 투자는 미국의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현지 생산 확대 전략과도 맞물린다. 미국은 일본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해오다 올 4월 25%포인트 높인 27.5%를 적용했다. 이후 7월 미일 협상에서 이를 15%로 인하하기로 합의했고 실제 적용은 9월 16일부터 이뤄졌다. 절반 가까이 관세율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과거보다 높은 수준이어서 도요타로서는 미국 내 생산을 늘려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실제 도요타의 1~10월 미국 판매량은 전년 대비 8% 늘어난 207만 대였지만 관세 인상에 따른 비용 증가로 4~9월 북미 영업적자가 1341억 엔(약 1조 2700억 원)에 달했다. 4~9월 기준 적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다만 현지 투자를 늘린다고 관세 리스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물가 상승으로 공장 건설비와 인건비 등 미국 내 비용 부담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자동차 애널리스트 나카니시 다카키는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표명하는 것은 일본 자동차 산업이 미국에 공헌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려는 목적이 크다”고 짚었다. 도요타는 이번 투자 결정과 관련해 “관세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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