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대회로 인한 교통 통제로 버스가 우회하는 바람에 친구 결혼식에 한 시간이나 늦게 도착했어요."
주말마다 서울 도심 곳곳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로 시민 불편이 커지고 있다. 광화문·여의도 등 도심의 주요 도로가 통제되고 버스 등 대중교통이 우회하면서 이동에 차질을 빚는 사례가 잇따르는 모습이다.
버스가 우회하면서 최근 광화문에서 열린 친구의 결혼식에 지각했다는 직장인 이 모 씨(29)는 "결혼식에 늦어 친구에게 미안했다"며 "마라톤 대회도 좋지만, 시민들이 불편하지 않게 교통 관리나 사전 안내가 잘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2025 MBN 서울마라톤' 대회가 서울 중심부와 동부권 일대에서 개최된다. 대회는 광화문광장을 시작으로 잠실종합운동장까지 이어지는 코스로 진행되며, 안전한 대회 운영을 위해 주요 도심 구간에서 단계적인 교통 통제가 이뤄진다. 특히 종로, 시청, 동대문, 장한평, 군자, 건대입구, 잠실대교 등 도심 및 동부 주요 교차로가 포함된다.
마라톤 대회로 주요 도심의 교통 통제가 잇따르면서 주말 여의도로 출근하는 30대 직장인 김 모 씨 역시 비슷한 불편을 겪었다. 김 씨는 "비가 엄청 오는 날이었는데 교통 통제로 버스가 회사 앞까지 못 들어가 30분이나 빗길을 걸어갔다"며 "교통 통제 관련 공지라도 사전에 제대로 됐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저도 평소 러닝을 즐기지만 화가 날 정도였다"고 했다.
러닝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마라톤 행사 역시 늘고 있는 가운데, 교통 통제로 인한 시민들의 불만도 함께 커지는 모습이다. 실제 2021년 2개 마라톤 대회에서 15건의 민원이 서울시에 접수됐는데, 2022년 3개 대회 69건, 2023년 8개 대회 498건, 2024년 9개 대회 461건, 올해 9월까지 19개 대회 350건으로 급증했다.
마라톤 대회로 인한 교통통제는 통상 서울시와 서울경찰청이 협의해 결정한다. 서울시가 후원을 맡고 있는 만큼, 주최 측이 경로를 알리고 통제를 요청하면 서울경찰청과 논의하는 구조다.
도로 통제 현장에 투입되는 경찰관들 역시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한다. 마라톤 대회 교통 통제 현장에 투입됐던 한 경찰관은 "시민 분들이 왜 길을 막냐고 소리를 지른 적도 있다"며 "사전에 교통 통제 관련 안내를 받지 못 한 분들이 특히 더 불편을 호소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4년간 서울 시내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를 관리하기 위해 경찰 총 2만 530명이 투입됐다. 경찰이 마라톤 대회를 위해 교통을 통제한 시간은 총 1045시간으로 집계됐다.
시민들의 불편이 쌓이자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행사 일정·동선에 대한 안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반복되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사전 홍보와 교통 관리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마라톤 코스 인근을 지나는 시민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차량 운전자는 원거리 우회와 경찰의 수신호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al@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