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한 검사장들을 평검사로 강등 조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검찰개혁 논의가 이어지는 와중에 조직 상층부인 검사장까지 사실상 ‘집단 강등’ 조치가 거론되면서 검찰 내부에 상당한 혼란과 조직적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 관계자는 16일 “집단행동을 한 검사장에 대한 조치를 정부 내부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지만 수사, 직무 감찰, 징계 등 세 가지 방안을 동시 검토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검사장 18명은 10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의 법리·절차적 근거가 불명확하다고 지적하는 내용을 담은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노만석 당시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추가 설명을 요구한 바 있다.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직위여서 형식상 징계는 아니지만 평검사 전보는 사실상 지휘권 박탈로 이어져 ‘강등’ 효과를 가진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 평가다. 과거 정부에서도 문제된 검사장을 평검사로 전보한 사례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다수를 한꺼번에 이동시키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다. 정부는 이와 별개로 국가공무원법 제66조(집단행위 금지) 위반 가능성을 거론하며 형사 수사와 징계 절차 착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징계성 인사가 위법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사장들은 애초 수사·공소 유지 과정에서 법리·절차적 문제를 지적할 권한이 있다”며 “항소 포기의 법적 흠결을 짚은 것을 징계 사유로 삼겠다는 것은 위법할 뿐 아니라 논리적으로도 성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또 “‘집단행위’라는 프레임 자체가 맞지 않는다”며 “교원노조가 교육정책에 의견을 내는 것이 집단행위가 아닌 것처럼 검사장들의 법리적 문제 제기는 직무 전념성을 해치는 행위가 아니고 대법원·헌재 판례에도 정면으로 반한다”고 지적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조직 독립성과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선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피고인들이 모두 항소해 항소심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검찰만 항소를 포기하면서 결국 주장권을 상실하게 됐다”며 “법무부가 내세운 ‘항소 자제’ 원칙은 설득력이 부족해 당연히 짚어야 할 문제인데 왜 항명으로 규정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평검사는 “정권에 맞는 의견이면 문제 제기이고 맞지 않으면 항명으로 몰아가는 이중 잣대”라고 주장했다.
이번 항소 포기는 절차적 정당성을 흔들 정도로 통상적 판단 범위를 벗어났다는 평가가 검찰 내부에서 지배적이다. 중앙지검 수사·공판팀의 공식 문건에는 ‘항소 제기’ 결재만 남아 있고, 이를 ‘항소 포기’로 전환하기 위한 법리 검토서나 별도 결재 문건도 작성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죄 부분이 포함된 사건은 별도 법리 검토 보고서가 필요하지만 공소심의위원회와 내부 결재 모두 항소 제기를 전제로 이미 확정된 상태에서 대검과 중앙지검 윗선의 구두 지시로 방침이 뒤바뀌며 절차가 사실상 생략됐다는 설명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문서상으로는 항소 제기인데 실제 조치는 항소 포기인 전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단은 대검 예규와도 거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규상 일반 사건은 구형의 절반 미만, 중요 사건은 3분의 2 미만이면 항소 대상인데 대장동 사건은 두 기준을 모두 충족한다는 것이다. 징역형이 일부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벌금·추징액이 크게 줄어 전체 형량은 오히려 낮아졌다는 주장도 있다. 유동규 씨의 경우 징역은 1년 증가했지만 벌금이 17억여 원에서 4억 원으로 감소해 13억 원 이상 줄었고 이는 실질적 형량 강화라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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