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mpt artist’. 최근 AI국제 영화제의 ‘아카데미상’이라고 불리는 헐리우드 국제 AI영화제에서 4관왕을 차지한 영화 <제로>의 크레딧(사진)이다. AI에게 명령어를 전달하는 Prompt 사용자의 역량이 Art가 되고, Prompt를 잘 다루는 사람이 예술가(Artist)로 당당하게 자리매김한 모습. 오랜 기간 영화 크레딧을 지켜봐 온 필자에게도 놀라운 장면이었다.
생성형 AI가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하지만 콘텐츠 생태계에서 본격적으로 ‘돈 되는 비즈니스’가 된 건 아주 최근의 일이다.
텍스트는 물론이고, AI가 만든 음악은 이른바 불편의 골짜기로 불리는 ‘Uncanny valley’를 넘어 글로벌 플랫폼들의 핵심 콘텐츠가 되고 있다. 유튜브와 틱톡으로 대표되는 영상 플랫폼에서 요즘 소비되는 영상의 백그라운드뮤직(BGM)은 AI의 작품들이 수두룩하다. AI에 Prompt를 입력하면 수노AI와 같은 에이전트가 쉽고 다양하게 음악을 만들어준다. 마스터링 등 사람의 손을 거치면 유튜브, 틱톡 등에서 소비되는 건 물론이고,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저작권 등록도 가능하다고 한다.
AI가 악기를 연주하거나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건 이미 인간의 창작과 구분하기 힘든 수준, 이제는 마지막 고비인 ‘보컬’의 영역마저 침범하고 있다. AI가 직접 가창을 하는 건 물론이고, 노래를 잘 못 부르는 사람의 보컬도 AI가 학습한 뒤 가창력을 보완해주는 사례들도 등장하고 있다.
AI음악이 정식으로 오프라인 ‘음반’을 발매하는 예는 아직 드물지만, ‘음원 스트리밍’의 형태로 소비되는 경제규모는 엄청난 속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유튜브, 틱톡, 스포티파이, 인스타그램 등에서 ‘스트리밍’되는 AI음악은, 그 음악을 만들어 올린 채널과 제작사에 지금 이 순간에도 엄청난 금액의 ‘저작인접권’을 분배해주고 있다.
텍스트, 음악 넘어 영화로 침투하는 AI
AI영상 생태계는 어떤가. 물론 광고시장처럼 AI가 지각변동을 일으키면서 엄청난 경제현상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AI 영화계 ‘아카데미’라 불리는 할리우드 AI 영화제를 휩쓴 모자이크필름의 제로도 유튜브에 무료로 공개되어 있다. 아직까지 소비자로부터의 ‘과금’보다는, 상금과 글로벌 플랫폼의 광고수익 등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소비자와의 가장 비싼 접점인 ‘극장’의 문도, AI 영화들이 조금씩 열어가고 있다. 이미 지난해말 나문희 배우를 핵심으로 5명의 감독이 만든 러닝타임 17분의 AI 영화<‘나야, 문희>(사진)가 개봉되어 7천여명의 극장관객을 만났다. 또 지난 10월15일 개봉한 영화 <중간계>(사진)는 <범죄도시>,<카지노>의 강윤성 감독이 변요한, 김강우, 방효린 등 배우들과 만든 AI 영화로, 3만명 가까운 관객이 극장 티켓 값을 지불했다.
프롬프티스트(Promptist)가 의미하는 것
‘주인공의 손가락이 6개로 보일 때, 한 겨울에 반바지를 입은 남성이 등장할 때, 대화를 하는데 눈동자는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을 때 등등’
AI를 활용한 영상에서는 아직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촬영한 영상이라면 이 같은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 편집, 미술, 소품, 의상 등의 팀이 움직인다. 하지만 AI영상에서는 Prompt활용에 능한 엔지니어가 Prompt를 통해서 오류를 해결한다. 사람이 명령어를 통해 영상의 예술성과 작품성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Prompt가 Artist가 되는, 즉 Promptist가 된다는 건, 경제적으로도 커다란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저작권의 법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
2.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자를 말한다.
이처럼 ‘인간’이 아닌 ‘AI’에게 저작권을 부여할 수는 없는 건 법적으로 자명하다. 하지만 Promptist는 사람, 즉 저작자가 될 수 있다. AI가 만든 게 아니라, Promptist라는 인간이 만들어낸 저작권이 있는 영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AI음악의 저작권 유무보다 중요한 건, 이미 생태계에서 가장 큰 ‘저작재산권’의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튜브, 스포티파이, 틱톡, 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플랫폼은 이미 AI가 만든 음악을 활발하게 소비되도록 하면서, 수많은 채널과 제작사들에게 엄청난 금액의 ‘저작인접권’을 지급하고 있다.
앞으로의 영화 크레딧은 어떤 형태가 될까.
‘대본 Chat GPT, 사진 미드저니 나노바나나, 편집 구글 AI스튜디오, 캡컷 음악 수노AI, 나레이션 수퍼톤AI, 촬영 Kling AI, Veo3 등등’
영화 앞뒤로 보여지는 크레딧에서 AI의 이름을 자주 보게 될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이미 많은 한국의 젊은 제작자들은 국내외 유수의 AI영화제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AI영상이 펼쳐 나갈 영화계의 새로운 물결이, 영화계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두렵고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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