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9주차에 갑작스러운 출혈로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한 뒤 급성 간부전까지 겪으며 생사의 기로에 섰던 30대 산모가 기적적으로 간 이식을 받고 24일 만에 아이를 품에 안았다.
18일 이화의료원에 따르면 서울시 영등포구에 거주 중인 산모 신모(35) 씨는 임신 39차였던 지난 7월 중순 집에 있던 중 갑작스러운 출혈 소견으로 산부인과를 찾았다. 대량 출혈의 원인은 태반 조기박리였다. 태반 조기 박리란 태아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태반이 먼저 분리되는 현상이다. 박리 정도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치명적일 수 있어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산부인과에서는 평소 임신성 고혈압이 있던 신씨의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전종관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에게 전원을 의뢰했다. 전 교수는 배우 송일국 씨의 아들 삼둥이부터 군인 부부의 오둥이 남매들까지, 36년간 다둥이만 1만 명 넘게 받으며 고위험 산모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신씨는 이대목동병원으로 이송되자마자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고 무사히 남자아이를 출산했다.
그러나 안도의 순간도 잠시, 신씨는 수술 후 재출혈로 심정지를 겪었다. 의료진의 심폐소생술로 소생했지만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이어가던 중 급성 간부전으로 인한 간성혼수, 간신부전 증상이 동반돼 또 다시 생명이 위태로워졌다.
심홍진 이대목동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고심 끝에 이대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에 신 씨의 간이식을 의뢰했다. 신 씨는 전호수 이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에게 전원돼 입원 치료를 받으며 간이식을 기다렸다. 홍근 센터장은 "신씨는 급성 간부전 환자로서 7일 안에 간 이식을 받지 않으면 위험하기 때문에 '응급도 1' 환자로 등록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다행히 닷새 후 타병원에서 뇌사기증자가 발생했고 이대서울병원 홍근 장기이식센터장과 이정무 외과 교수 등 의료진은 즉시 달려가 간을 구득해왔다. 다음 날 새벽까지 장시간 수술이 이어졌고 신씨는 성공적으로 간을 이식받았다. 신씨는 이식수술 후에도 출혈이 계속돼 재수술을 해야 했지만, 중환자의학과의 집중 치료 끝에 상태가 호전돼 2주 후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세 번의 기적을 경험한 신씨는 수술 후 24일 만에 아이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홍 센터장은 "아이와 엄마가 처음 만나는 감동적인 순간을 지켜보면서 가슴이 벅차올랐다"며 "그 자리에 함께 있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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