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18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UAE)와 정상회담을 통해 체결한 ‘한·UAE 전략적 인공지능(AI) 협력 프레임워크’를 비롯해 우주·바이오헬스·지식재산 분야 및 원전 등 7건의 양해각서(MOU)는 중동 시장 공략을 위한 밑그림으로 풀이된다. 그간 협력 분야였던 원자력발전 등에서 더 나아가 신기술·신성장이 담보되는 산업 전반의 협력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아부다비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AI 협력 200억 달러, 방산 수출 150억 달러, K-컬처는 시장가치로 환산할 경우에 704억 달러(2030년 기준) 등 총 1000억 달러가 넘고 원화로는 150조 원에 달하는 만큼 이번 정상회담은 단순한 우호 과시가 아닌 실질적인 경제 동맹의 출발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AI·반도체·바이오헬스 등 미래 산업의 가장 코어가 되는 분야에서 막강한 자본을 갖고 있는 중동과 전략적으로 손을 잡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특히 UAE를 아프리카와 중동뿐만 아니라 유럽 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전략적 구상도 담겼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UAE 수도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대한민국이 UAE의 위대한 여정에 핵심적인 파트너”라며 “양국의 100년 동맹을 위해서 국방·방산·AI·원자력·보건·의료 등 전략적 중요성이 큰 분야가 많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공식 환영식과 57분간의 정상회담을 거쳐 MOU 교환식을 갖고 다시 확대회담과 단독회담을 각각 16분, 41분씩 이어갔다.
이날 체결된 MOU를 보면 협력 분야가 신산업으로 급격히 확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AI 분야 MOU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라는 걸출한 기업을 가진 만큼 중동 자본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도 브리핑에서 “AI 분야 협력이 단순한 기술 교류를 넘어 AI 및 에너지 인프라, 반도체를 포함한 핵심 공급망, 로봇 등 피지컬 AI, 산업·공공 서비스의 AI 적용 그리고 AI 규범·제도 마련까지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UAE가 추진 중인 초기 투자 규모만 30조 원(200억 달러)에 달하는 ‘UAE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도 한국 기업의 참여의 길이 열릴 전망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한국의 스타트업이 설계한 프로세서가 UAE의 AI 생태계 구축에서 비용 절감과 효율성 측면에서 기여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력 신기술 협력과 관련한 MOU도 주목된다. UAE의 바라카 원전에 이어 중동 시장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는 기반이 돼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소형모듈원전(SMR) 관련 기술 개발, 한국 내 실증로 건설 추진 노력 등을 토대로 UAE와 함께 SMR을 포함한 차세대 원자력 기술 협력에 힘쓰겠다”며 “UAE가 아프리카·유럽·중동 진출의 베이스캠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UAE도 원자력 신기술과 AI의 접목을 통한 글로벌 공동 진출에 힘을 쏟겠다고 화답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원전 중심의 에너지 협력을 재생에너지로 확대하며 해당 분야에 AI까지 접목시키는 전방위적인 에너지 협력 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UAE 전력 수요의 25%를 공급하는 바라카가 AI와 첨단 제조업 등 UAE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추진하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이를 통해 UAE를 넘어 다른 국가로 공동 진출을 도모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보였다.한국과 UAE는 이 같은 원전과 함께 UAE의 태양광 에너지 잠재력과 한국의 세계적 수준의 배터리 기술을 결합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 및 에너지 저장 시스템 협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우주 협력에 관한 MOU도 맺은 양국은 위성 공동 개발 및 활용, 지상 인프라 구축 등 공동 참여 단계의 협력 수준을 높일 계획이다. 지난해 맺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의 구현을 위해 CEPA 경제협력위원회 행정 및 운영 MOU도 새로 추가했다. CEPA는 상품과 서비스 무역, 투자, 경제협력 등 경제 관계 전반에 대해 자유화와 협력을 추진하는 협정으로 일반적인 자유무역협정(FTA)의 범위를 넘어 경제 전 분야를 포괄하는 게 특징이다. 이 대통령은 “한국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UAE산 석유화학제품 등 90% 이상에 해당되는 교역 품목에서 관세가 철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국은 지식재산 분야에서의 심화 협력에 관한 MOU도 체결해 디지털 경제의 밀도 역시 높인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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