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 열린 이틀 동안 도쿄돔을 비롯해 팝업 스토어에 젊은 남성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공연의 시작을 알리기 전부터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일본의 K팝 팬은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이지만 ‘이 공연’에서는 전에 없던 이례적인 관경으로 ‘르세라핌 현상’이 형성되고 있었다.
18~19일 양일간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5 르세라핌 투어 ‘이지 크레이지 핫’ 앙코르 인 도쿄돔 얘기다. K팝 해외 팬들도 한국의 떼창을 익혀 콘서트 현장에서 응원봉을 들고 노래를 하지만 대부분 여성들의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이번 공연은 남성 목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와 ‘군 부대 위문 공연’을 연상하게 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때문에 르세라핌이 일본을 비롯해 해외 여성 팬덤을 넘어서 남성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는 첫 K팝 걸그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르세라핌을 시작으로 걸그룹의 일본 팬덤이 남성으로까지 확대될 경우 K팝 팬덤 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K팝 걸그룹에 무관심했던 남성 팬들은 왜 르세라핌에 이토록 열광할까? 이들은 공통적으로 다른 K팝 걸그룹과는 다른 르세라핌만의 매력으로 멤버 간 돈독한 사이를 비롯해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를 꼽았다. 여기에 경쟁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돌이 된 멤버들을 통해 ‘완성형 아이돌’에서는 공감하지 못했던 ‘성장형 걸그룹’의 서사에 감동을 받고 몰입하게 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콘서트 현장을 비롯해 팝업 스토어에서 만난 르세라핌의 팬들은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K팝 걸그룹이 르세라핌이라고 입을 모았다. 홋가이도에서 온 남성은 “스물 한 살인데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좋아하게 됐다”며 “원래 트와이스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고, 인터넷에서 K팝을 찾아 보다가 르세라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변 친구들도 르세라핌을 좋아한다”며 “저는 아마도 인생에서 앞으로 르세라핌만을 좋아할 것”이라고 가슴 벅찬 표정으로 강조했다. K팝 걸그룹 중 르세라핌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멤버들이 사이가 좋은 모습이 인상 깊다"며 “예뻐서 좋은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온라인으로 굿즈를 구매했지만 팝업 스토어에 들러보니 살 것이 더 보여 1만5000엔 원치를 구입했지만 더 살 것 같다고도 했다.
르세라핌을 좋아해서 친구가 됐다는 20대 남성 팬들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이들은 초등학교 시절에는 빅뱅을 비롯해 방탄소년단(BTS) 등 K팝 보이 그룹을 좋아했었다고 했다. 트와이스는 좋아하기는 했지만 K팝 걸그룹을 이렇게 좋아해서 공연장까지 온 적은 처음이라고. 공연을 보기 위해 기후현에서 신칸센을 타고 2시간을 왔다는 모리 후키(22) 씨는 “공연이 정말 업그레이드 된 것 같다”며 “어제도 갔고 오늘(19일)도 가는데 이번 공연이 각별하다”고 했다. 르세라핌이 도쿄 공연 입성을 알린 지난번 공연에도 함께 했기에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르세라핌은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개최한 공연에서 ‘꿈의 무대’인 도쿄돔 공연 소식을 알렸다. 야마가타현에서 신칸센을 타고 3시간을 왔다는 유키 타쿠미(20) 씨는 “지난번 공연도 그랬지만 이번 공연이 연출적으로 좀더 레벨업 되고 웅장한 느낌이 들었다”며 “특히 이동차를 타고 객석을 지나다닌 점이 좋았다”고 전했다. 이들은 최근 르세라핌의 ‘스파게티’가 세계 양대 차트인 미국 빌보드 핫 100과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에 오르는 등 글로벌 성공을 거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응원을 보냈다. 모리 후키 씨는 “세상에서 가장 큰 공연장에서 르세라핌과 피어나가 공연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공연장을 함께 찾은 20대 남성 2명은 르세라핌이 최고의 걸그룹이라고 치켜세웠다. 도쿄도에 거주하는 야마모토 료마(26) 씨는 “멋있고 귀여운 게 다 합쳐져 있어 좋아한다”며 “그리고 그룹 안에서 멤버들끼리 사이가 좋아서 그것 때문에 점점 더 좋아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K팝 걸그룹 중에 처음으로 이런 공연도 오고 본격적으로 좋아하게 된 건 르세라핌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1020팬들이 주를 이루는 듯 보였지만 중년 팬들도 눈에 들어왔다. 공연장까지는 오지 않지만 르세라핌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는 30대 이상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게 현지 반응이다. 군마현에서 온 모토야스(50) 씨는 “아이즈원 때부터 사쿠라를 좋아했다”며 “사쿠라가 르세라핌 멤버로 들어왔기 때문에 르세라핌 팬이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제 다른 멤버들도 좋다”며 “특히 5명이 퍼포먼스, 곡 자체가 너무 좋고, 댄스 브레이크는 정말 너무 좋다”고 강조했다.
여성팬이 많은 K팝 공연장과 달리 이처럼 남성 팬들의 비중이 높은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위 말해 일본 시장은 강력한 ‘여팬’ 시장이었다면 르세라핌이 남성까지 저변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내 다른 K팝 걸그룹 팬의 비중은 여성 압도적이다. 쏘스 뮤직 측은 “일본에서 K팝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기존 여성 위주의 팬덤이 남성까지 확대되는 추세”라며 “특히 르세라핌은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히트곡을 다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팬층을 빠르게 흡수해 현지에서 단기간에 메가 팬덤을 다질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르세라핌의 인기는 남녀불문하고 음악, 파워풀한 퍼포먼스와 세련된 스타일의 영향이 크다”며 “음악과 무대 외 자체 콘텐츠 등에서 보여준 끈끈한 우정과 가식없는 모습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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