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 계층 일자리 제공이라는 목표로 출발한 사회적기업도 얼마든지 시장에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윤석원 에이아이웍스 대표는 최근 서울 송파구 기업 부설 연구소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회사의 장기 목표에 대해 “가장 존경받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사)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라며 취약 계층 고용이라는 사회적 가치 실현과 기술기업으로의 성장이라는 목표를 모두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에이아이웍스는 데이터 레이블링을 주력으로 하는 인공지능(AI) 기업으로 삼성전자·삼성증권·한국산업은행 등 국내외 500여 개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첨단기술을 다루는 업체인 만큼 임직원 대부분이 명문대 출신의 젊은 인재들로 구성됐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전체 직원의 3분의 1가량이 발달장애인과 청각장애인·경력단절여성·시니어로 이뤄져 있다. 이들을 특정 부서에서 단순 업무만 하는 인력으로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장애인과 경단녀들은 소프트웨어(SW) 테스터부터 데이터 레이블링, 인사, 재무까지 회사의 핵심 인력으로 활동 중이다. 윤 대표는 “흔히 자폐성 스펙트럼 장애인이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회사를 오래 다니다 보니 다른 직원들과의 관계는 물론 꼼꼼함이 핵심인 데이터 레이블링 같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고 소개했다.
에이아이웍스는 출발부터 사회적 약자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 설립된 기업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삼성전자에서 SW 엔지니어로 근무했던 윤 대표는 40대 초반의 나이에 돌연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한 번도 퇴사를 고민해본 적이 없었던 그가 회사를 그만두게 된 계기는 ‘경단녀들을 대상으로 한 재취업 강의를 맡아달라’는 한 통의 전화에서 비롯됐다. 탈북 청소년을 멘토링한 일을 계기로 여성인력센터로부터 경단녀들의 재취업 강의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은 윤 대표는 "회사원 신분인데 주중 오전 강의를 맡아달라고 하길래 ‘그럼 회사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만두면 되지 않느냐’는 농담 섞인 답변이 돌아왔다”며 “고민 끝에 육아휴직을 신청해 강의에 나섰고 복직 후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고 전했다.
창업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경단녀들이 취업 과정에서 차별을 당하는 것을 목격하면서다. 자신에게 교육을 받은 경단녀 중 80%가 국제 SW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단 한 명도 취업에 성공하지 못했다. 기업들은 나이가 많다거나,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채용을 꺼렸다. 그는 “강의 때마다 경쟁력만 갖추면 얼마든지 취업을 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는데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한 셈이 됐다”며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결국 직접 회사를 차려 이들을 채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윤 대표는 창업 10년 차 경험을 담은 책 ‘콜링(Calling)’을 펴냈다. 책 제목은 그가 회사를 박차고 나와 창업에 나서게 한 한 통의 ‘전화(부름)’에서 따왔다. 책에는 창업부터 기업의 성장 과정, 사회적기업의 가치 등이 담겼다. 그는 책에서 ‘돌이켜보면 나의 여정은 늘 기술과 함께였지만 그 기술의 방향을 바꾸게 된 건 사람이었다’며 ‘기술 역시 사람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기업 철학을 강조하고 있다. 윤 대표는 “에이아이웍스는 누군가에게는 생애 첫 발걸음을 내딛는 출발점이 됐고 누군가에게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이 됐다”며 “이제 그 가능성을 더 많은 기회로 확장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설립 당시 투자금 1000만 원으로 시작한 에이아이웍스는 지난 10년간 기업가치 1000억 원을 인정받는 회사로, 직원 수는 4명에서 165명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왔다. 내년에는 최대 40% 성장을 내다보고 있으며 2027년 상반기를 목표로 사회적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기업공개(IPO)도 준비 중이다. 윤 대표는 “회사가 성장하면서 더 많은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기업이 뿌리내리고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에이아이웍스 같은 기업들이 생겨날 수 있도록 혁신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취업을 앞두거나 창업을 고민 중인 청년들에게 스스로를 믿고 과감한 결정을 내릴 용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 대표는 “처음부터 화려한 것만 추구하기보다 어떤 일이든 기회가 생기면 경험하고 시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차근차근 한 발짝 한 발짝 걸어가다 보면 분명히 원하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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