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년 전만 해도 옥태훈(27·금강주택)을 주목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2018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 데뷔해 꾸준히 활동했지만 우승이라는 결실은 맺지 못해 ‘스포트라이트’와 다소 거리가 있던 선수였다. 2021년 비즈플레이 오픈 단독 2위로 존재감을 알리기는 했지만 투어 정상급 선수라는 타이틀이 붙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올 시즌의 옥태훈은 그야말로 환골탈태다. 6월 최고 전통의 KPGA 선수권에서 데뷔 7년 만에 감격의 첫 우승을 거뒀다. 이어진 군산CC 오픈에서 2주 연속 우승한 데 이어 10월에는 KPGA 경북오픈 타이틀마저 손에 넣었다.
최근 만난 옥태훈은 올 시즌 ‘퀀텀 점프’의 원동력으로 ‘샷의 편안함’을 꼽았다. 그는 “겨울 훈련을 통해 스트레이트 구질을 연마했다. 새로운 구질이 생기면서 핀이 까다로운 위치에 있는 경우나 바람이 많은 날에도 공격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시즌 전만 해도 3승 기대는커녕 “스윙 교정이 생각대로 되지 않아 ‘개막이 내일 모레인데 어떡하느냐’며 울기도 했다”고 한다. 아시안 투어 대회도 두 번 다 컷 탈락하자 옥태훈은 스윙 코치와 상의 끝에 이전 스윙으로 돌아가기에 이르렀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구질이 몸에 익은 것. 옥태훈은 “스트로크와 어드레스까지 다 바꾼 퍼트는 꾸준히 하다 보니 처음의 어색함이 사라졌고 3승 성과로 돌아왔다”고 했다. “소셜미디어에 ‘생각하는 대로 하다 보면 이뤄진다’는 말이 있어요. 그런 것들을 많이 보고 듣고 하면서 ‘할 수 있다’ 생각한 것도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감정 컨트롤이 한결 능해진 것도 비결이다. 옥태훈이 돌아본 과거의 자신은 ‘골프라는 종목과 맞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다. 급하고 화도 많은 편이었다고. 그는 “결국 많은 경험이 멘털 관리에도 큰 영향을 준다고 본다. 이전에는 부진한 플레이로 한 대회를 마치고 나면 후회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며 “그런 상황들을 쭉 겪은 이후에는 ‘이러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에 조금씩 고쳐나갔다. 마음가짐을 바꾼 뒤 그날 그날의 플레이에 멘털이 흔들리는 일이 적어졌다”고 했다. 열여섯 살 차이인 대선배 문경준을 멘토 삼고 샷 기술 배우듯 멘탈 관리에 공들이기도 했다. 취미인 애니메이션 시청도 멘탈 관리법의 하나로 적용했다. “아무 생각 없이 보다 보면 실수가 나왔던 장면들이 어느새 잊힌다”고.
옥태훈은 11월 ‘시상식의 제왕’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KPGA 제네시스 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상금왕(약 10억 7000만 원)·최소타수상·톱10 피니시상·기량발전상 5관왕에 올랐다. 시상 부문에는 없지만 다승왕까지 6관왕인 셈이다. 선천적으로 골반이 안쪽으로 말려있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얻은 성취다. 옥태훈은 “완전한 피니시 자세를 취할 수 없고 무릎에도 무리가 간다. 하지만 거기에 맞는 스윙 연습을 반복하는 것으로 이겨내려 하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었다”며 이렇게 얘기했다. “많은 분들이 천재인 것 같다고 하시는데 저는 100% 노력파입니다. 늘 성실히 훈련에 임하고 대회 기간에도 한 순간도 빠뜨리지 않고 연습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단점은 생각이 너무 많아서 스윙 한 번에 열 가지 넘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는 건데 몰아치기에 오히려 도움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초등학교 때 아버지를 여읜 옥태훈은 “지금껏 제가 좋아하는 골프를 할 수 있게 지원을 아끼지 않은 어머니의 존재 자체가 가장 큰 힘”이라고 했다. 그런 옥태훈의 골프는 “성실과 노력으로 빚어낸 하나의 그릇”이다. “스윙 등 갖고 있는 능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지만 그것을 꾸준히 갈고닦아 저만의 아름다움이 담긴 골프로 태어나게 했어요. 올해 그 그릇의 쓰임을 제대로 완성한 듯합니다.”
옥태훈의 해가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11일부터 나흘간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퀄리파잉(Q)스쿨 최종전에 나선다. 제네시스 대상 자격으로 최종전 직행 기회를 얻었다. 5등 안에 들면 꿈의 무대인 PGA 투어 진출이다. DP월드 투어 시드도 있어 내년은 해외에서 그릇의 쓰임이 많을 것 같다. 옥태훈은 “올해 1년만 반짝한 별이 아니라 해외 투어에서도 꼭 꾸준한 모습으로 시드를 유지하고 더 나아가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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