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통일교의 정교유착 의혹으로 구속기소된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는 1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로 기소된 한 총재와 정원주 전 비서실장, 윤영호 전 통일교세계본부장, 이모 전 통일교재정국장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한 총재 측은 “구체적인 범죄 혐의는 윤 전 본부장의 야심에서 비롯된 독단적 행위일 뿐”이라며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변호인은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윤 전 본부장의 진술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변호인은 “윤 전 본부장이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거나 줄이기 위해 검찰에 협조하는 모습을 취하며 한 총재가 관여한 것처럼 허위 진술을 할 동기가 충분하다”며 “윤 전 본부장은 세속적 야심이 강해 공소사실에 언급된 사업과 정치적 행위도 교단을 떠난 이후까지 계속했다. 이는 특검도 부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 전 본부장에게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1억원의 정치자금을 전달하라고 지시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김건희 여사에게 전달됐다는 샤넬 가방 등 물품과 관련해서도 “윤 전 본부장이 물건을 직접 고르고 준비했고, 한 총재가 지시를 하거나 보고를 받은 적 없었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윤 전 본부장이 상품권 결제를 통해 차익을 남겨 횡령했다고 지적했다. 상습도박 증거인멸교사 혐의에 관해서는 “한 총재는 일시적 오락행위를 했을 뿐 상습도박은 하지 않았고, 공소시효도 이미 완성됐다”며 “PC 포맷 역시 윤 전 본부장이 자신의 횡령을 은폐하기 위해 독단적으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비서실장 또한 “공소사실을 알지 못하며 관여한 바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윤 전 본부장은 비슷한 혐의로 별도 재판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진술을 거부했다. 이 씨는 윤 전 본부장의 목걸이 전달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최종 전달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며 나머지 혐의는 전부 부인했다.
반면 특검은 “한 총재는 통일교의 정점에 있는 인물로 모든 범행을 승인했다”고 반박했다. 특검은 “모든 불법 자금 집행은 한학자 총재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정 전 비서실장을 ‘통일교 2인자’로 규정하며 “문고리 권력을 행사하며 한 총재의 의중을 하달하고 비자금을 관리하는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 윤 전 본부장은 한 총재의 지시에 따라 실무를 담당했고, 이씨는 일부 범행을 직접 실행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특검 측은 “앞서 공판준비기일을 두 차례 진행했음에도, 피고인들이 혐의를 막연히 부인할 뿐 어떤 취지에서 부인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은 비협조로 재판 절차가 지연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정 전 비서실장 측 변호인은 “신속한 재판에 당연히 동의하며 적극 협조할 생각”이라며 “기록이 방대하고, 수십 명의 검사가 투입돼 수년간 수사한 사안인데 저희가 기록을 받은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검토하고 있으며, 재판 지연이나 비협조는 전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주면 감사하겠다”고 반박했다.
한 총재와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하고, 같은 해 3~4월 통일교 단체 자금 1억4400만원을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22년 7월 두 차례에 걸쳐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샤넬 가방과 그라프 목걸이를 전달하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혐의도 있다. 한 총재와 정 전 비서실장은 2022년 10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원정 도박 관련 수사 정보를 입수한 뒤, 윤 전 본부장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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