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 반도체(DS)부문이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모바일경험(MX)사업부의 메모리반도체를 분기별 협상에 따라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삼성 반도체가 인공지능(AI) 가속기용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모바일용 저전력 D램(LPDDR) 등 고수익 제품 위주로 생산라인을 재편하며 수익성 극대화에 나서면서다. 내년 초 갤럭시 S26 출시를 앞둔 MX사업부는 메모리 ‘슈퍼 사이클’의 여파에 원가 부담이 급격히 높아져 수익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은 최근 MX사업부와 모바일 D램을 1년 이상 장기 공급하는 것을 논의했으나 기존대로 분기 단위 3개월 계약을 유지했다. 다만 내년 최소 공급 물량에 대해서는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뤄 MX사업부가 모바일 D램을 구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다.
MX사업부는 ‘칩플레이션(반도체를 의미하는 칩과 인플레이션 합성어)’ 대응책으로 고위 임원까지 나서 DS부문과 추가 협상을 벌인 끝에 물량 확보에는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메모리 가격이 연일 치솟는 상황에서 분기 별로 가격 협상을 벌여야 해서 MX사업부로서는 부담이 여전한 상황이다.
MX사업부가 DS 부문에 장기 계약을 긴급 타진한 것은 모바일 D램 가격이 고공 행진을 하고 있어서다. 갤럭시 시리즈에 주로 탑재되는 LPDDR5X 12GB(기가바이트) 가격은 11월 말 기준 약 70달러 선에 거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 초 가격(약 33달러) 대비 두 배 넘게 뛴 것이다. MX사업부는 수익성 방어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스마트폰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구매가 역시 매 분기 치솟고 있어서다.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의 모바일 AP 매입액은 지난해 3분기 8조 7051억 원에 머물렀지만 올 3분기에는 10조 9275억 원으로 25.5% 급증했다. DX 부문의 원재료 매입액 중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6.6%에서 19.1%로 2.5%포인트 뛰었다.
스마트폰 원가에서 통상 모바일 AP가 20%, 메모리반도체가 15% 정도를 차지한다. 이들 칩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최소 5%포인트 이상 뛰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MX사업부는 내년 초 출시할 갤럭시 S26 가격 정책을 두고 골머리를 앓는 것으로 전해진다.
MX사업부가 수익성 방어에 고전하지만 DS 부문은 메모리 슈퍼 사이클을 놓칠 수 없다는 입장이 견고하다. 업계 관계자는 “AI 가속기가 HBM뿐 아니라 LPDDR 물량까지 흡수하면서 DS 부문은 수익성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수밖에 없다”며 “(삼성에) 부문별 책임경영 체제가 공고해 시장 논리가 우선시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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