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를 비롯해 미국에 마약을 보내는 국가들에 조만간 지상 작전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또 ‘먼로 독트린’ 발표 202주년을 맞아 이를 확장한 포고문을 발표해 지상 공격에 대한 정당화 작업을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주재한 내각회의에서 미국이 마약 운반선을 잇달아 격침해 미국에서 마약 오남용으로 사망한 사람이 줄었다며 “우리는 이런 공습을 지상에서도 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상에서 하는 게 훨씬 쉽다”며 “우리는 그들(마약 밀매자)이 이용하는 경로를 알고 있다. 우리는 그들에 대해 모든 것을 안다. 그것(지상 공격)을 매우 곧(very soon)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이 지상 공습의 의미를 묻자 “콜롬비아가 코카인을 만든다고 들었다. 그들은 코카인 제조 공장이 있고 우리에게 코카인을 판다”며 “누구든 그런 일을 하고 우리에게 마약을 판다면 공격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또 “베네수엘라뿐만이 아니다”라며 “다른 많은 사람도 그렇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향후 미군이 베네수엘라·콜롬비아 등에서 활동하는 마약 카르텔 요인이나 마약 제조 시설을 직접 타격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먼로 독트린 발표 202주년을 기념하는 포고문도 공개했다. 세부적으로 먼로 독트린을 확장한 ‘트럼프 코롤러리(Corollary)’를 발표했다. 코롤러리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하며 이의 연장선상에서 새 내용을 추가한 것을 뜻한다. 먼로 독트린은 1823년 12월 2일 미국의 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가 발표한 것으로 유럽 대륙에 대한 미국의 불간섭과 아메리카 대륙 전체에서의 미국의 리더십 확립을 핵심으로 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포고문을 통해 자신이 먼로 독트린을 계승·발전시켜 아메리카 대륙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강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파나마운하에서의 특권을 회복했으며 멕시코를 통과하는 마약 유통을 차단하고 서반구(아메리카 대륙 전체) 전역의 마약 테러 조직을 해체하고 있다. 내 결정에 힘입어 먼로 독트린은 다시 살아나고 있으며 미국의 리더십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부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내부는 베네수엘라 지상 공격을 지지하는 찬성파와 미국 국내 문제에 집중하자는 반대파로 나뉘어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코롤러리를 통해 지상 공격에 반대하는 진영에 대한 설득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올 9월 미국이 카리브해에서 마약 운반선으로 추정되는 선박에 ‘2차 공격’을 가해 ‘전쟁범죄’ 의혹에 휩싸인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공격 지시 사실을 부인했다. 그는 이날 내각회의에서 “당시 작전을 생중계로 봤지만 첫 번째 공격은 목격했고, 두 번째 공격이 있기 전 회의실을 나갔다가 한 시간 후에야 공격 사실을 알게 됐다”며 실제 2차 공격 지시는 현장 지휘관인 프랭크 브래들리 제독이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당시 헤그세스 장관이 1차 공격 후 선박 잔해에 의지해 살아남은 부상자들을 ‘전원 살해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부상자 공격을 금지한 국제인도법을 위반한 전쟁범죄라는 비판이 일었다.
한편 크리스티 놈 미 국토안보부(DHS) 장관이 미국으로의 입국 금지 대상국을 현 19개국에서 30~32개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고 CNN이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6월 포고문을 통해 이란·아프가니스탄 등 19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전면 금지하거나 부분적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최근 백악관 인근에서 발생한 주방위군 겨냥 총격 사망 사건을 계기로 반이민 정책을 더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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