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이 2003년 개원 직후 폐암 첫 수술을 시행한 지 23년만에 누적 1만 례를 달성했다고 11일 밝혔다. 2020년 누적 5000례를 달성한 이후 연평균 900례 이상의 수술을 집도하며 급격히 성장한 결과다.
폐암은 한국을 포함한 주요 선진국에서 암 사망 원인인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40.6%로, 전체 암 평균치인 72.1%보다 현저히 낮다. 초기 자각 증상이 없어, 3기 이상인 단계에서 진단되는 경우가 많은 데다 재발과 전이가 잦기 때문이다.
분당서울대병원 폐암센터는 갈비뼈 사이에 작은 구멍을 뚫고 내시경용 기구를 삽입해 진행하는 흉강경 수술을 선도적으로 도입했다. 2008년 초기 폐암에서 흉강경 수술이 가슴을 열어 진행하는 개흉술과 비교해 생존율, 흉관 유지 기간, 수술 후 재원일수 등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우수함을 입증했다. 이후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흉강경 수술 적용 비율을 지속적으로 늘린 결과 현재는 전체 폐암 수술의 98.9%를 흉강경, 로봇수술과 같은 최소침습수술로 진행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폐암센터에서 수술받은 1~3기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6.8%로 세계적인 치료성적을 기록 중이다.
최근에는 총 5개로 구성된 폐엽 단위가 아니라, 종양의 위치와 전이 여부를 정확히 파악한 다음 총 20부위 중 필요한 구역 단위로 절제하는 구역 절제술을 도입했다. 이는 절제 부위를 최소화하고 폐기능 보존을 극대화함으로써 생존율을 넘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토록 우수한 폐암 수술 치료성적의 비결로는 호흡기내과, 혈액종양내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방사선종양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진료과 간 긴밀한 협진 체계가 꼽힌다. 정진행 병리과 교수팀은 폐암 진단에 ‘폐암세포의 공간 내 전파(STAS)’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세계 최대 규모의 전향적 데이터를 수집해왔다. STAS 양성이면 폐암 1기라도 재발률이 매우 높고 5년 생존율이 낮으므로 T병기를 한 단계 높여 평가하고 추가적인 보조항암요법 등 적극적인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고, 다국적 기관의 대규모 검증을 통해 세계폐암학회 병기위원회 권고안 변화를 이끌었다. 폐암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환우회 모임인 ‘숨소리회’를 2006년 창립하고 정기 모임을 꾸준히 개최하는 환자들의 정서적 지지에도 힘쓰고 있다.
조석기 분당서울대병원 폐암센터장은 “구역 절제술보다 더 적게 절개하는 쐐기 절제술의 안전성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수술법을 계속해서 연구개발하고 폐암 치료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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