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의가 이뤄진 민생 법안인 가맹사업법(가맹사업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진통 끝에 11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중단 사태로 충돌을 빚었던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민의힘은 이날도 감정 섞인 발언을 주고받으며 날 선 신경전을 이어갔다. 여야 간 양보 없는 ‘강대강’ 대치로 민생·경제 법안 처리도 줄줄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가맹점주 단체협상권을 담은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찬성 238명(기권 3명)으로 통과시켰다. 가맹본부의 불공정 행위 금지 조항 등을 담아 여야 모두 법안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9일 본회의에 상정되고도 처리가 지연됐다.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등 사법 개혁 관련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자당 발의안을 포함한 모든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우면서다.
이날 본회의장에서도 의사 진행을 둘러싼 우 의장과 국민의힘 간 기싸움이 펼쳐졌다. 우 의장은 앞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필리버스터 도중 마이크를 끈 것에 대해 “국회법에 따라 합당한 조치였다”며 ‘야당 입틀막’이라는 야당의 비판을 반박했다. 그는 “국회법이 정한 무제한 토론은 시간에 제한이 없다는 것이고 의제는 국회법의 제한을 받는다”며 “규정이 지켜지지 않으면 의장이 경고나 제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도 무제한 토론 중 의제를 벗어나는 경우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의장이 의제에 맞는 토론을 요청하면 발언하는 의원이 원만한 의사 진행에 협조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하급심 판결문의 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저지하기 위한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선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우 의장이 보란 듯 ‘국회의장님, 또 마이크를 끄시게요?’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발언대에 섰다. 최은석·박수민·강선영 국민의힘 의원은 더 나아가 국회 의안과에 우 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고 이에 맞서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나경원·곽규택 의원이 필리버스터 과정에서 국회법을 위반했다며 이들에 대한 징계요구안을 제출했다.
여야가 타협 없는 대치를 이어가며 시급했던 민생경제 법안의 처리에도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산업계의 핵심 현안인 반도체특별법은 여당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연내 통과가 어려워졌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여당이 8대 악법에 대해 연내 강행 처리 시도를 철회하지 않는 한 본회의에 올라오는 모든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로 맞서 싸우겠다”고 강경 대응을 선언했다. 민주당도 야당과 협상에 나서기보다 하루 한 건씩 법안을 처리하는 장기전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지금 민생 법안마저 볼모로 잡고 있다”며 “(의원들은) 필리버스터가 끝나기 전에는 해외 출장을 자제하고 필리버스터(대응)에만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 김유승 기자 k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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