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용등급이 상향·하향된 기업이 각각 40개로 동률을 기록했다. 직전 2년 동안은 하향 기업이 많았지만 지난해 국내 주요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펀더멘털이 개선되면서 반등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신용등급이 올라가면 기업의 자금 조달이 수월해지고 투자 여력이 늘어나는 만큼 조선과 방산 업종 등을 중심으로 기업들이 한껏 풍부해진 유동성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기업평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5년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이 상향·하향된 기업은 각각 40개로 동률을 기록했다. 이는 등급 상·하향을 비롯해 ‘긍정·안정·부정적’ 등으로 나뉘는 등급 전망 변동을 포함한 숫자다. 같은 기준으로 집계한 등급 상·하향 배수는 △2023년 1(상향) : 1.85(하향) △2024년 1 : 1.92 등 직전 2년 연속 하향 기업이 더 많았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도 등급과 등급 전망이 내려가는 기업이 많았지만 하반기 들어 주요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연이어 등급이 상향되며 분위기를 바꿨다.
신용등급 상향을 이끈 것은 조선·방산·증권 등 지난해 주가와 실적이 모두 강세를 보인 업종이었다. HD현대중공업은 신용등급이 5월 A에서 A+로 올라갔고 신용등급 전망이 11월 A+(안정적)에서 A+(긍정적)으로 변동됐다. 한화오션은 5월 등급 전망이 상향된 후 11월 등급이 BBB+에서 A-로 뛰었다. 이외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국항공우주산업(KAI)·풍산 등 방산 기업과 하나·키움·메리츠증권 등 증권사의 등급이 올라갔다. 반면 LG화학·롯데케미칼·효성화학 등 석유화학 기업과 포스코이앤씨·롯데건설 등 건설사, 에코프로·SKC 등 2차전지 관련 기업은 등급이나 등급 전망이 떨어졌다.
신용등급 상승 기업의 증가로 산업계 내 자금 조달 여건은 한층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무보증 회사채 기준 ‘투자 등급’인 BBB급 이상 신용등급을 가진 기업들의 등급이 주로 올라갔기 때문에 회사채 조달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올해에는 민관이 국민성장펀드를 최소 30조 원 운용할 예정이고 증권사의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이 본격화해 기업금융으로 흘러들어가는 유동성이 급격히 늘어난다. 기업들은 지난해보다 낮은 금리로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기업들이 차입금을 신규 설비 투자나 신사업 진출에 활용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회사채 발행액은 약 129조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이 중 80% 이상은 대출이나 채권·기업어음(CP) 등 기존 채무 차환에 쓰였다. 나머지 20%도 대부분 운영자금으로 사용돼 시장성 차입이 신규 투자 자금으로 활용된 경우는 드물었다. 국민성장펀드와 같은 정책자금의 조성 취지를 살리려면 기업들이 풍부한 유동성을 활용해 보다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취약 업종은 투자 여력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반도체·조선·방산 등 성장 산업에서 역할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고환율 등 거시경제 불확실성을 가능한 한 줄여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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