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군에 의해 생포돼 미국으로 압송된 가운데, 영부인인 실리아 플로레스 여사까지 남편과 함께 체포돼 주목을 받고 있다. 팸 본디 미 법무장관은 이날 마두로 대통령과 플로레스 여사가 뉴욕 남부 연방법원에 마약 테러 공모, 코카인 반입 공모, 기관총 및 파괴장치 소지, 미국을 상대로 한 기관총 및 파괴 장치 소지 공모 등의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고 밝혔다.
플로레스는 남편과 함께 권력을 사유화한 숨은 실세라는 평가다. 현지에서는 그에게 셰익스피어 작품 ‘맥베스’ 속 막후에서 남편을 조종하는 맥베스 부인을 본 따 ‘레이디 맥베스’라는 별명을 붙였다. 변호사 출신인 플로레스는 2013년 마두로가 대권에 오르자 결혼했는데 당시 둘 다 각자 배우자 사이에서 자녀를 둔 상황이었다. 마두로는 결혼 이후 플로레스를 ‘영부인’이 아니라 ‘나의 첫 번째 전사(first combatant)’라고 부르며 강력한 신뢰를 보였다. 차베스 정권 시절 국회의장과 검찰총장을 지낸 플로레스는 마두로 정적 제거에 관여하고 자신의 가족과 친지들에게 높은 자리를 주는 네포티즘(족벌주의) 의혹도 받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보기관 수장을 지낸 마누엘 크리스토퍼 피게라는 “플로레스는 언제나 커튼 뒤에 숨어 배후 조종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플로레스는 돈세탁, 친인척 부정 채용, 사법부 장악 시도, 조카들의 마약 밀매 혐의 등 크고 작은 의혹을 몰고 다녔으나 별 다른 조사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플로레스는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꺼려왔으나, 막후에서 영부인 이상의 권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그는 베네수엘라 사법부의 주요 인사들을 측근들로 임명해 사법부를 정치화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 재무부는 2018년 베네수엘라의 군사 독재를 지원했다는 혐의로 플로레스를 금융 제재 명단에 올린 바 있다.
엘리트 출신의 플로레스와 달리 마두로 대통령은 버스 운전사에서 시작해 대권까지 거머쥔 인물이다. 1962년 수도 카라카스에서 태어난 그의 부친은 석유 회사의 노조 지도자로 활동했다. 고교 졸업 후 버스 운전기사로 취업한 마두로가 노동운동에 투신한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마두로 역시 카라카스 지하철공사 노조 창립을 주도했다.
마두로는 1992년 쿠데타에 실패해 군사시설에 감금된 ‘좌파 거두’ 우고 차베스를 면회했다. 이는 그의 정계 입문 계기가 됐다. 마두로는 차베스의 석방 운동을 주도하며 심복을 자처했다. 차베스가 1999년 집권에 성공한 뒤 마두로가 국회의장·외교장관·부통령 등을 잇따라 역임하며 단숨에 2인자로 뛰어오른 배경이다. 2013년 3월 차베스는 암으로 숨지기 직전 마두로를 후계자로 직접 지목했다. 마두로는 손에 넣은 권력을 지키기 위해 선거 부정을 저질렀다는 비판을 받는다. 2018년 조기 대선으로 승부를 걸었지만 즉각 부정선거 의혹에 직면했다. 2024년 3선이 결정된 대선에서는 야권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의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등 부정선거 논란까지 일었다. 마두로에 저항한 마차도는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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