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한국산업은행의 저리 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8000억 원을 추가로 조달했다. 삼성전자는 정책자금을 적극 활용해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 같은 고부가가치 메모리 생산에 속도를 붙일 계획이다.
7일 금융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삼성전자가 8000억 원 규모로 신청한 반도체 설비투자 지원 특별 프로그램 대출을 최근 집행했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산업은행에 추가 대출을 신청했고 자금 지원 절차가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반도체 설비투자 지원 특별 프로그램은 반도체 생태계 육성을 위해 17조 원 규모로 마련된 저리의 정책대출상품이다. 삼성전자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해 2조 원을 조달했는데 추가 대출을 받으면서 총 2조 8000억 원을 산업은행에서 빌려 쓰게 됐다. 삼성전자가 설비투자 명목으로 대출을 받은 곳은 금융권에서 산업은행이 유일하다.
특별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대기업은 산업은행의 일반 기업대출(최상위 등급 기준 연 4.01%)을 받을 때보다 0.8~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받는다. 이를 감안하면 삼성전자는 연 3% 안팎의 금리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주요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금리가 연 4% 수준인데 이보다 약 1%포인트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HBM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메모리 생산을 늘리는 데 필요한 대규모 설비투자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추가 대출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거점인 평택캠퍼스 5공장 공사에 착수했는데 여기에만 최소 60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평택캠퍼스 4공장의 2단계 라인도 첨단 메모리 라인으로 전환해 건설을 재개한 만큼 삼성전자의 투자 소요 자금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대규모 자금 투자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가 저리의 정책대출을 받는 게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자금 창구를 다변화하면 투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국고채 수준의 초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대출을 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삼성전자 내부에서 대출을 받아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수익을 확대할 수 있다면 무차입 경영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부가 올해부터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50조 원 규모의 저리 대출을 추가로 공급하기로 한 만큼 삼성전자의 대출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경기 평택 5공장 건설비용 명목으로 2조 원에서 최대 3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대출을 신청해둔 상태다. 대출이 승인되면 삼성전자가 받는 정책자금은 최대 6조 원 안팎까지 늘어나게 된다.
산업은행이 저리 대출상품을 확대하고 있는 점도 삼성전자로서는 긍정적인 대목이다. 산업은행은 국민성장펀드 프로젝트를 후방 지원하기 위해 10조 원 규모의 저리 대출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상품은 국민성장펀드의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프로젝트에 자금 추가 대출을 지원하는 게 특징이다. 대출금리는 산금채 수준으로 1년 만기 산금채 금리는 2.73% 안팎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AI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기업들이 투자 적기를 놓치지 않으려면 자금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면서 “반도체 산업이 국가 간 대항전 양상을 띠고 있는 만큼 정책금융기관이 선제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계의 관계자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는 천문학적인 자금 투자가 불가피하다”며 “은행권이 대출 지원을 통해 국내 산업을 전방위로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본지 2025년 12월 12일자 1·3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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