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배우 안성기의 별세 소식과 함께 그가 오랜 기간 투병해왔던 림프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림프종은 체내 면역 방어를 담당하는 백혈구의 일종인 림프구에서 발생하는 혈액 및 림프 종양을 통칭하는 용어다. 면역 세포가 종양으로 변하면서 체내 조절 작용과 상관없이 증식하는 질환으로 백혈병, 다발골수종과 함께 3대 혈액암으로 불린다. 림프조직은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뱃속 등 전신에 걸쳐 분포한다. 림프종 역시 신체 어느 부위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조직 형태에 따라 크게 비호지킨 림프종과 호지킨 림프종으로 나뉘는데, 안씨의 경우 2019년에 비호지킨림프종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호지킨 림프종은 호지킨 림프종에 비해 예후가 나쁜 편으로, 국내 림프종 환자의 90% 이상이 이 유형에 해당한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유병률은 비호지킨 림프종이 35.1명, 호지킨 림프종이 2.6명 수준이다. 비호지킨 림프종은 나이가 들수록 발생률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우리나라에서 환자 수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뚜렷한 초기 증상이 없어 조기 진단이 어렵다는 점이다. 림프종이 발생하면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의 림프절이 비대해지는 증상이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발병 초기에는 통증을 포함해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병이 진행되거나 전신으로 퍼질 경우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열, 발한 등의 증상과 함께 체중이 눈에 띄게 감소하는 등 전신 증상이 동반된다. 단, 침범 부위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 다양하다보니 환자 스스로 자각하기란 매우 어렵다. 림프절 비대는 감염이나 염증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발생할 수 있어 혼동하기 쉽고, 림프종 자체가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발병 사실을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대식 고려대구로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림프절이 커진 상태가 호전되지 않고 지속되거나 설명되지 않는 발열 및 체중 감소가 상당 기간 이어진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림프종의 치료는 세부 유형과 병기에 따라 결정된다. 전통적인 항암치료인 세포독성 항암제와 암세포의 특정 인자를 공격하는 표적치료제를 함께 사용하는 '면역화학요법'을 표준으로 시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림프구에는 T세포와 B세포가 있는데, 국내 환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B세포 림프종의 경우 세포 표면 단백질인 CD20을 타깃하는 리툭시맙 성분의 표적치료제가 가장 널리 사용된다. 최근에는 다양한 표적을 타깃으로 하는 신약과 이중접합항체 등이 개발되고 있다. 필요 시 방사선 치료나 수술적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조혈모세포 이식은 백혈병과 마찬가지로 악성 림프종의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핵심적인 치료법 중 하나다. 고용량 항암화학요법 등으로 암세포를 제거한 후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이식해 골수 기능을 회복시키는 원리다. 치료법으로, 혈액내과에서 진행하는 핵심적인 치료 중 하나다. 최근에는 환자의 면역세포를 이용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도 림프종 영역에 도입돼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치료법의 발전에 힘입어 림프종의 치료 성적과 생존 기간은 꾸준히 향상되는 추세다. 림프종 치료 과정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합병증으로는 감염이 꼽힌다. 림프종 자체 또는 강도 높은 항암치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환자는 상당 기간 면역저하 상태에 놓이게 된다. 감염 위험도 필연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선제적으로 예방적 항생제나 백혈구 촉진제 등을 투여하지만, 여전히 일부 환자는 패혈증으로 진행돼 사망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림프종 치료 기간에는 철저한 개인위생 관리를 통해 감염 위험도를 낮추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 교수는 "의료진들이 치료 약제의 부작용과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면서 과거보다는 부작용의 빈도나 중증도가 감소하는 추세"라면서도 "감염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중대한 문제인 만큼 환자와 보호자는 치료 전 과정에 걸쳐 감염 예방 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이 가장 경계하는 건 인터넷 상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다. ‘나이가 들어 발생한 림프종은 진행이 느려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속설이 대표적이다. 김 교수는 "일부 림프종이 경과를 관찰하는 경우가 있긴 하나 모든 림프종이 그런 성격을 보이는 것은 아니기에 자의적 판단으로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며 "치료 중 민간요법이나 건강식품을 섭취할 때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식품들이 림프종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객관적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자칫 치료 약제와 상호작용을 일으켜 오히려 부작용을 증가시킬 위험도 있으므로 섭취 전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오랜 기간에 걸친 투병 과정에서 고령의 암 환자가 겪을 수 있는 위험 요인도 간과해선 안된다. 김은경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는 “림프종을 포함한 혈액암 환자는 항암치료와 장기 투병 과정에서 근력 저하, 면역 기능 약화, 영양 불균형이 누적되기 쉽다”며 “특히 고령 환자는 삼킴 기능이 떨어지면서 음식물 질식이나 흡인 사고 위험이 일반인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암 치료가 끝났다고 해서 몸이 이전 상태로 완전히 돌아오는 것은 아니며 식사 중 잦은 사례, 삼킴 불편감, 체중 감소 등의 변화는 고령 암 환자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신호가 될 수 있으므로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암 환자들 사이에선 “식사 중 사레가 잦아졌다”거나 “예전보다 음식 삼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밥을 먹고 나면 기침이 난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 노화로 오인되기 쉬운 이러한 증상은 암 치료 후 나타나는 연하 장애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림프종 자체보다 근감소증, 탈수, 영양저하 등 치료 이후의 신체 기능 변화가 복합적로 작용해 더욱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고령의 혈액암 환자는 가급적 부드러운 음식을 섭취하고 점도를 조절하는 등 식사 형태를 개선하거나 식사 중 자세 관리, 삼킴 재활치료 등 비교적 간단한 개입만으로도 사고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무엇보다 가족과 보호자가 이러한 변화를 미리 인지하고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불가피한 사고를 예방하는 지름길이다.
김은경 전문의는 “림프종을 포함한 혈액암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이후 삶의 질과 안전을 고려한 다학제적 관리 체계가 중요하며 암 치료 목표는 생존을 넘어 ‘안전한 일상으로의 복귀’라며 “고령 암 환자의 일상 속 위험 요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확산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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