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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크를 따면 왜 와인 맛이 변질되나요? 와인 보관용 기구들은 실제로 효과가 있나요?

와인병의 코르크 마개를 따면 내용물이 공기에 노출되어 산화가 촉진됩니다. 병을 딴 채로 오래 놓아두면 맛있던 와인이 “땀에 쩔은 양말이나 젖은 마분지에서 나는 것과 같은 냄새가 날 수 있다”고 미국 와인전문스쿨 원장 필립 모레이스는 지적합니다. 포도에 자연적으로 서식하는 박테리아가 포도 주스에 들어 있는 당이나 와인에 들어 있는 알코올을 초산으로 변형시켜 식초 맛이 나게 (그래서 결국 와인 식초를 만듭니다)합니다.

그러나 이 박테리아가 증식하기 위해서는 산소가 필요합니다. 효모가 당을 알코올로 변형시킬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많기 때문에 대개 와인의 발효과정은 산소가 없는 상태입니다. 병의 코르크를 따게 되면 산소가 들어와 박테리아를 배양하게 되고 따라서 맛이 곧 변하기 시작합니다. 맛의 변형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닙니다.

특히 값비싼 레드와인은 뚜껑 있는 유리병이나 유리잔에 잠시 놔두면 맛이 더 좋아진다고 합니다. 몇 년간 병에서 산화한 화이트 와인이 시지 않고 감칠맛 나는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와인은 산소가 해로운 것이므로 산소로 인한 맛의 변형을 막기 위한 여러 기구들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병에서 공기를 빼내는 진공 펌프(vaccuum pump)라는 것도 있고, 질소 밀폐제(nitrogen sealant)라는 보관 방법도 있습니다. 산소 대신 질소를 병에 넣어 이론적으로 보면 맛의 변형을 막게 되는 것입니다.



이 기구들이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본지는 진공 펌프와 질소 밀폐제(각각 질리스와 코르크팝사의 제품으로 가격이 10달러에서 20달러 사이임)를 실험해 보았습니다. 실제 과학실험과 같을 정도로 아주 많은 표본 참가자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통제된 실험이었습니다. 우리는 와인 시음자들이 코르크를 딴 후 그냥 다시 막아 놓은 와인과 진공이나 질소로 보존한 와인을 구별할 수 있을지를 알고 싶었습니다. 병을 따서 일주일 동안 보관한(어떤 시음자들은 2주일) 독일산 화이트 와인 리슬링(Riesling)과 3일 동안 보관한 미국산 피노 누와(Pinot Noir)를 가지고 실험을 했습니다. 양쪽 모두 보관해 두었던 와인을 시음할 때 이와 비교하기 위해 새 와인을 땄습니다. 눈을 가린 채 와인을 시음하였고 나중에 알기 전에는 아무도 자신이 마시고 있는 와인이 어떤 것인지 몰랐습니다.

와인 애호가들은 둘 다 신선한 화이트 와인을 가려내었고 그 중 한 명은 바로 신선한 레드 와인을 맞추었습니다. 그들은 보관해 두었던 와인과 단지 코르크를 뺐다 닫은 와인을 구별하는데 훨씬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일반 시음자들은 어떤 와인도 일관되게 알아 맞추지 못했으며 자신들의 기호에 맞는 것에 대해서도 제각기 의견이 달랐습니다.

표본이 적긴 하지만, 이 실험 결과를 보면 보통 와인 구매자들의 경우, 중저가 와인(10∼ 20달러)은 병을 따자마자 다 마시든지 재빨리 다시 코르크를 끼워 며칠간 냉장 보관하는 방법이 더 낫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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