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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이 옳은 쪽

글·고려대 물리학과 강주상 교수

기존의 도구와 양립할 수 있도록 규격 정해야
사람은 좌측 통행, 자동차는 우측 통행 이라는 구호는 유치원부터 우리 머리에 박혀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전철역 내에서는 좌측, 지상에 나와서도 좌측, 하지만 횡단 보도를 건널 때는 우측 통행, 건물에 들어갈 때는 왼쪽으로, 그러나 회전문일 경우에는 오른쪽으로, 어떤 직행 도로에서는 오른쪽 차선에서 바깥으로 빠지고 어떤 곳에서는 왼쪽으로 나가야 한다. 큰 건물 내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도 오른쪽에 서야되는지 왼쪽인지 망설인다.

지하철의 전동차도 어떤 구간에서는 좌측 운행, 다른 구간에서는 우측 운행. 어떤 열쇠는 오른쪽으로 돌려야 열리고 또 어떤 것은 왼쪽으로 돌려야 한다. 한마디로 헷갈린다. 해외 여행을 해본 사람들은 더욱 헷갈릴 것이다. 일상 생활뿐만이 아니다. 이공계를 전공하는 학생들은 고등학교에서 플레밍의 왼손 법칙을 배우지만 대학에 들어오면 오른손 법칙을 가르친다. 전자기학의 문제를 풀어보라면 양손으로 망설인다. 경우에 따라서 오른쪽인지 왼쪽인지 뇌 속의 CPU가 빨리 판단해야 하고, 별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면 우리는 참으로 머리가 좋은 민족임에 틀림없다.

근대화 과정서 미국식 혼합, 조화 깨져
우리 조상들이 걷거나 말을 탈 때 전통적으로 어느 쪽으로 다녔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아무래도 근대화 과정에서 일본식과 미국식이 무분별하게 혼합되어 우리생활에 젖어 있는 듯하다. 이러한 간단한 것조차 우리 것으로 소화하지 못하면 지구촌 사회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살아갈지 궁금하다. 좌측 통행의 기원은 영국이라는 주장이 있다. 오른손잡이가 절대 다수인 인간 사회에서 마차를 몰고 가는 마부의 채찍에 행인이 맞게 되는 우발 사고를 줄이려면 사람과 마차가 모두 좌측 통행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자동차가 발명되어도 마차의 관습을 따라서 좌측 통행을 하게된 것이다. 새로운 문명의 이기가 개발되면 기존의 도구와 양립할 수 있도록 규격이 정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시계 바늘이 오른쪽으로 도는 이유는 북반구에서 해시계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고안되었기 때문이라 한다.



모든 규격, 세계화 추세에 맞춰야
요즈음 급속도로 발전하는 컴퓨터 기술에서는 기존 정보자료를 처리하지 못하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는 정착하기 힘들다. 좌우간 영국의 좌측 통행 관습은 일본에 도입되었고, 일제 식민시대에 우리나라에서 실행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해방이후 유럽과 미국에서 보편화된 차량 우측 통행 제도가 시행되면서 차량은 우측 통행, 사람은 좌측 통행이 정착되어 좌우가 헷갈리게 되었고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우리는 혼돈 속에 살고 있으면서 민족이 겪어온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실제로 어느 쪽을 기준으로 정하든지 일관성만 있다면 상관없다. 그러나 세계화 추세에 맞추어 우리만 특이하게 튈 필요는 없다. 과학에서 물체의 위치를 표시하기 위하여 좌표계를 사용한다. 오른손 좌표계나 왼손 좌표계가 있는데 어느 것을 써도 무방하지만 오른손 좌표계가 통용되고 있다. 결국 규격에 관한 것인데 많은 것이 생활화되어 있다. 나사는 특수한 경우가 아닌 한 오른쪽으로 돌려야 들어박힌다던가 스위치는 위로 올려야 전원이 연결된다던가 자물쇠는 가로 빗장일 때가 잠김 상태라던가 하는 식이다. 습관이 중요하기에 합리적인 습관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오른쪽이 옳은 쪽’이라는 구호는 외우기도 쉽고 실행에 옮기기도 편리하다. 길을 걷거나, 건너가거나, 전철역에서나, 차를 운전하고 가거나 무의식적으로 우리는 오른쪽을 택하면 된다. 특히 네거리에서 두 차가 교차하게 되면 서로 양보하거나 먼저 가려고 눈치보지 말고 오른쪽의 차에 우선권을 주면 된다.

우측 통행의 당위성은 ‘오른쪽이 옳은 쪽’이라는 것이다. 우연하게 영어로도 ‘Right is right’ 라 쓸 수 있어 신기하게도 비슷하다. 그러나 영어로 ‘right’ 라는 한 단어가 ‘오른’과 ‘옳은’의 두 의미를 함께 갖는 것에 비하여 한글에서는 따로 구별하고 있으니 얼마나 과학적인가?

장례, 제사 등과 ‘저승’이라고 표현되는 행사에는 ‘이승’과 반대로 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거울 속의 영상처럼 이승을 반영하는 저승은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거울을 보며 오른 손을 들어 보라. 거울 속의 영상(이승)은 어느 손을 드는가.

한글은 ‘옳은’과 ‘오른’을 구별하는 과학적 용어
‘오른’쪽의 반대는 ‘왼쪽’이다. 그러나 ‘옳은’쪽의 반대는 ‘그른’쪽이다. 보수 세력을 우익, 진보 세력을 좌익이라고 오른쪽 날개, 왼쪽 날개에 비유하여 부르는 것은 보수 진영에서 나왔음이 틀림없다. 자기는 옳고(right), 상대는 그르다(wrong)고 말하는 것이 너무 노골적이므로 대신 자기는 오른(right)쪽이고 상대방은 왼(left)쪽이라고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새가 공중을 날려면 두 날개가 있어야 한다. 오른쪽 날개든 왼쪽 날개든 하나로서는 날 수 없고 균형 있는 두 날개가 필요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중간 부분의 몸통이다. 몸통이 부실하면 아무리 힘차게 날아도 아무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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